3년 째 워킹맘 생활을 하고 있는 조모씨(34)는 지난해 말부터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낮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종일 앉은 채로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이를 업고 달래느라 허리가 무리를 한 것.
병원을 찾은 조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허리디스크였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허리디스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던 조씨는 적잖이 당황했다. 조씨는 수술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휴직까지 고려했지만 의외로 허리디스크 치료는 간단했다. 바로 30분 내외의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이었다.
미세한 카테터를 삽입해 디스크가 탈출한 부위의 염증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조씨는 수술 당일 통증 없이 퇴원까지 할 수 있었다. 조씨는 “회사와 아이가 마음에 걸려 병원을 찾는 것도 어려웠는데 막상 치료가 간단하게 끝나니 몸도 편하고 마음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척추질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이야기 해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이 허리디스크를 말할 것이다. 그만큼 허리디스크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증상이나 발병연령, 원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허리디스크의 치료에 관해서는 여전히 수술을 첫 번째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신명주 세바른병원 대표원장을 통해 알아봤다.
Q.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해야만 완치되는지?
A. 척추질환은 완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어렵다. 척추 자체가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계속 약화되므로 치료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발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 따라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수술을 통해 완치를 노리는 것보다, 비수술로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통증을 줄여 환자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추세다. 실제로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하는 환자, 즉 통증의 강도가 크고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10% 내외다. 나머지는 현재 세바른병원이 시행 중인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 척추협착 풍선확장술, 고주파 수핵감압술 등의 시술만으로도 충분히 통증을 없앨 수 있다.
Q.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 허리디스크?
A. 허리디스크가 대표적인 척추질환이긴 하지만, 허리 통증을 증상으로 하는 척추질환은 의외로 많다. 특히 환자의 연령이 50대, 60대 이상이면서 허리와 함께 엉치?다리의 통증이 심하다면 허리디스크보다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이 통과하는 척추관의 내벽이 노화로 인해 두꺼워지고 불필요한 가시뼈가 자라나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그 외에도 척추압박골절,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등 다양한 척추질환이 허리 통증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스스로 병명을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Q. 허리디스크는 10대, 20대에게는 없다?
A. 허리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노화로 인한 디스크(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다. 그러나 다른 원인들로 인한 허리디스크의 발병도 상당하다. 즉, 허리에 부담을 주는 바르지 못한 자세나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 또한 무거운 것을 갑자기 들어올리는 행동 등이 디스크 탈출의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허리디스크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각각 학업과 업무로 인해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긴 10대와 20대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다고 방심하지 말고 평소 허리근육을 강화해 주는 근력운동 및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 주는 것이 좋다.
Q. 노인환자는 척추질환을 치료하면 상태가 악화된다?
A. 허리 통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노인환자들도 많은데, 고된 치료로 인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술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 더한데, 불가피하게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데다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 및 회복기간이 긴 탓이다.
하지만 수술을 걱정하며 치료를 미루는 태도는 통증 악화로 이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요즘처럼 비수술 치료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60대, 70대 환자들은 비수술 치료 후 눈에 띄게 통증이 완화되어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말하곤 한다. 따라서 부담을 갖지 말고 병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비수술 치료법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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