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한때 0.08%P까지 올라
[ 하헌형 기자 ]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3일 채권시장이 출렁댔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소폭 내림세로 출발했으나 청와대의 내정 발표 시점인 오후 2시30분께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 시간 동안 3년 만기 국고채 선물시장에서 1만1000계약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0.08%포인트 높은 연 2.93%까지 오르다가 이보다 다소 낮은 연 2.89%에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5%포인트 상승한 연 3.17%,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연 3.55%를 기록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장 초반 금리가 하락세로 출발했는데 이 전 부총재 내정 소식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당초 채권시장에서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잘 아는 관료 출신이나 학자 출신이 신임 총재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와 한은 간 협조가 매끄럽게 이뤄지면서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퍼지고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월 낸 보고서에서 “한은이 총재 교체 이후인 2분기 중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은 내부 출신인 이 후보자가 차기 총재로 내정되면서 이런 기대가 깨졌다는 분석이다. A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한은 내부 출신이 총재를 맡을 경우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당국을 견제하며 경제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훨씬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내 금리 인하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는 것.
B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 “한은 안팎에선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을 강조했던 이성태 전 총재를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도 매파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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