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공약들이 또 어지럽게 쏟아질 것이다. 6·4 지방선거가 정확히 3개월 앞이다. 포퓰리즘의 물결에 올라탈 선심공약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선언하면서 며칠 새 후보군과 대진표도 급속도로 가시화됐다. 새누리당에서도 좌고우면하던 소위 명망가들이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별의별 공약들이 터져나올 것이다. 여야는 감당도 못할 공약을 경쟁적으로 퍼부어댄다. 중앙의 포퓰리즘이 지방으로 퍼져가는 것이 지자체 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포퓰리즘이다.
대형 개발사업 청사진과 부실 지자체 파산법 도입이 함께 발표되는 상황이다. 한쪽에선 다리를 건설하자는 공약이, 다른 쪽에선 부숴버리자는 공약이 동시에 나온다. 공약(空約)을 넘어 자가당착까지 혼재하는 것은 정치적 정향과 이념의 부재 탓이다. 경전철 계획이 또 나왔고 환경오염 사건에 대한 국가보상기금 설립 같은 지역의식형 법안도 있다. 4년 전 야당의 공동 지방공약으로 도입됐던 전면 무상급식과 같은 ‘무상시리즈’가 이번엔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재정형편도 안 되면서 체육복 무상지급을 추진한다는 교육청이 벌써 나왔다.
학계, 사회단체가 나서는 체계적인 지방공약 이행점검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때가 됐다. 마구잡이식의 정치적 약속을 종합 평가하고 선심성 지방공약의 향방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공약이행률이 높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엉터리 공약은 당초 실행이 안 되는 것이 옳다.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공약까지 무조건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무더기로 쓰레기법안을 쏟아내는 것을 입법활동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지방선거에서도 개혁은 유권자의 자각에 달렸다. 야권은 공천을 안 한다면서 오히려 지방선거를 중앙 정계개편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새 정치 명분까지 내던진 판이다. 철학부재, 이념부재의 새누리당은 포퓰리즘 경쟁에 또 가세해 앞서나갈 것이다. 유권자가 엉터리 후보와 가짜 공약을 가려내야 한다. 까딱하다간 선거전문가들에게 당하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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