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온천, 차밭으로 유명한 일본 규슈의 사가현은 일본인들에게 대표적인 힐링 여행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오이타현 벳푸와 유후인의 유명세에 밀려 덜 알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 직항편이 생기면서 사가현에 대한 한국 여행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형이 도시를 뒤덮는 ‘히나마쓰리’
꽃망울이 터지는 봄이 되면 사가현에는 예쁜 인형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낸다. 매년 3월 열리는 인형 축제 ‘히나마쓰리’ 때문이다. 히나는 여자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말한다. 히나마쓰리 기간이 되면 집집마다 단을 세우고 인형과 꽃, 과자, 술 등을 올린 후 여자아이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한다.
히나마쓰리는 일본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이지만, 사가현처럼 성대하면서도 성심성의껏 준비하는 곳은 드물다. 공항에서부터 보이는 인형은 거리의 상점을 지나 집안 곳곳까지 이어진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인형 박람회장처럼 느껴질 정도. 인형은 여자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고운 색깔을 입은 것부터 대대손손 내려와 색이 바랜 것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사가 비단을 입은 인형은 사가현에서만 볼 수 있다.
히나마쓰리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주민들이 준비한 전통 행사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거리를 걸으며 마음에 드는 인형을 발견하는 일도, 현지인들과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마냥 즐겁다. 수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꽃과 각양각색의 앙증맞은 인형이 어우러지면 봄날은 좀 더 화사한 빛깔로 칠해진다. 또 축제 기간 중 사가현에서는 특별히 준비된 히나 가이세키를 맛볼 수 있고, 일본 전통 다도를 체험하거나 전통 공연을 상연하는 찻집도 열린다.
사가현을 찾는 또 다른 이유, 벌룬 축제
히나마쓰리가 봄을 맞이하는 축제라면, 사가 인터내셔널 벌룬 축제는 사가현을 대표하는 행사다.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열리는 아시아 최대의 열기구 대회 때문에 사가를 찾는 전체 여행자 중 25%가 이 기간에 집중될 정도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대비되는 열기구들은 사가현을 동화 속 세상으로 옮겨다 놓는다. 해외 각국에서 온 거대한 열기구들과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동물 모양을 한 열기구 등 모양도 이색적이다. 벌룬 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가현은 2016년 개최 예정인 ‘열기구 세계 선수권 대회’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미인온천에서 빛나는 휴식을
일본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 사가현 역시 온천 여행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사가현에는 유명 온천지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텐잔 자락 깊은 곳에 있는 후루유는 상위권에 꼽힌다. 후루유 온천의 가장 큰 특징은 38도 안팎을 유지하는 온도. 너무 높지 않은 온도 덕분에 오랫동안 목욕해도 무리가 없다. 도시와는 단절된 듯한 분위기의 숲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피로를 녹이는 데 일조한다.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히는 ‘우레시노 온천’이 사가현에 있다. ‘미인온천’이라는 별칭은 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중조천(重曹泉)이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 피부 각질을 제거해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우레시노 마을은 녹차 명산지로도 이름이 높다. 녹차 재배에 중요한 요소인 기후와 물이 좋기 때문이다. 물이 좋다보니 사케도 유명하다. 규슈는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아 사케보다 소주를 선호하는 편인데 사가현에서는 사케를 더 좋아한다.
최근 우레시노에 올레길이 개장했으니, 여유가 된다면 가벼운 트레킹에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 또 하나 추천할 만한 것이 ‘에비스 순례’다. 사가현 곳곳에는 미소 띤 얼굴로 배룰 불룩 내민 작은 석상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바로 일본의 7대 신 중 하나인 에비스다. 도시 내 에비스 석상은 808개에 이르는데 사가현은 일본에서도 에비스 석상을 가장 많은 곳이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에비스 석상을 구경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인기다.
가는 길 : 티웨이항공에서 인천-사가 구간 직항편을 주3회(수·금·일요일)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20분 정도. 오후 2시50분 인천을 출발해 오후 4시10분 사가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편은 오후 5시10분 사가에서 출발하고, 오후 6시30분 인천에 도착한다.
송유진 여행작가 yujin06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