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O 상호인정협약 국가, 멕시코·인도·터키도 추진
[ 임호범 기자 ]
인천에서 표면처리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인천화학은 지난해 관세청으로부터 성실무역업체(AEO) 인증을 받았다. AEO는 신속통관 등 수출입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관세청은 인천화학이 AEO 인증을 받도록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컨설팅 및 수출입관리 책임자 교육비용 등을 제공했다.인천화학 관계자는 “AEO 인증을 받기 전인 2012년 한 해에 해외 거래처가 4개 정도 신규로 생겼다면 AEO 인증 후에는 10개 이상 생겼다”고 말했다. AEO 인증 덕분에 인천화학 매출도 2012년 391억원에서 지난해 450억원(추정)으로 60억원 정도 늘었다.
백운찬 관세청장(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AEO 공인에 필요한 심사절차 간소화, 자금 지원 등을 추진해 더 많은 중소 수출기업이 공인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8개이던 AEO 심사 요건을 11개로 줄였다. 그 결과 중소 수출업체에 대한 AEO 인증 건수는 2012년 14개에서 지난해 35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백 청장은 “성실무역업체 상호인정협약(AEO MRA)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EO MRA’는 AEO를 받은 자국 업체를 상대국에서도 인정하고 동일한 세관 절차상 특혜를 제공하는 국가 간 협약이다. 한국은 7개 국가와 AEO MRA를 맺어 미국과 함께 세계 최다 체결국이 됐다. 연말까지 멕시코(교역량 21위), 인도(17위), 터키(31위)와 추가로 AEO MRA를 맺을 계획이다.
백 청장은 “중소기업 현장을 다녀보면 관세청이 더 열심히 해야 할 일들을 찾게 된다”며 “올해 관세청의 주된 행정고객은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중소기업이 작성한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확인서의 적정성을 세관장이 인증해주는 제도를 올해 도입한 것도 서비스 확대 차원이다. 그만큼 수출 중소기업의 원산지 관리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관세청은 또 관세 납부를 복합결제(현금+카드)하도록 해 결제 시점까지 중소기업이 징수 유예 효과를 보도록 했다.
반면 관세청은 올해 불법 외환거래 조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4주간에 걸쳐 충남 천안의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외환조사 전문요원 19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런 장기 교육은 개청 이래 처음이다. 불법 거래가 포착된 외환을 징수해 국가재정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백 청장은 “불법 외환조사 교육 커리큘럼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며 “재산도피, 자금세탁, 역외탈세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조세피난처 불법 자본유출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59건, 1조2000억원 상당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 이는 전년보다 건수로는 97%, 금액으로는 37% 증가한 것이다.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에 대해서는 “기반을 넓히겠지만 단속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해외직구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공항 세관에 660억원을 들여 3만5000㎡ 규모의 특송물류센터를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1100만건, 1조1000억원에 달했다.
백 청장은 이어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수입물품 가격 공개 및 병행수입과 관련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다음달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업체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상반기 내에 수입가격 추가 공개품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