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구해주셨나 정말 궁금했는데….”
회사원 장모씨(50)는 현재 전치 7주 진단을 받고 중앙대병원에 입원중이다. 그는 지난 11일 밤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술에 취해 난간에 기댔다가 철로에 떨어지는 사고를 겼었다. 의식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장씨를 구한 사람은 윤철식 노량진역 부역장과 당시 서울 동작경찰서 지능팀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재훈 경위(43)였다. 윤 부역장은 장씨를 구조하기 위해 철로 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의식을 잃은 장씨를 구조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 건너편에서는 전동차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그때 철로 위로 이 경위가 뛰어들었다. 윤 부역장과 이 경위가 힘을 모았기에 아찔한 순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위의 선행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당시 이 경위는 장씨를 구하고는 바로 다음 전동차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경위의 동료 경찰들도 이같은 선행을 거의 몰랐고, 노량진 역무원들도 장씨를 구한 사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 장씨의 가족들은 생명의 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윤 부역장은 최근에야 자신을 도왔던 사람이 이 경위임을 알게됐고 이 사실을 장씨의 가족들에게 알렸다.
장씨의 아내는 “정말 천운이 도운 것 같다”며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는데 경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찔한 사고를 모면했던 장씨도 “쾌차 후에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 경위는 현재 서울 구로경찰서 강력팀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1998년 순경공채로 경찰에 입직한 그는 파출소와 지구대를 거쳐 일선 경찰서 경제팀과 지능팀에서 8년간 근무했다. 지난해에는 동작서에서 90조원대 위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유통 일당을 구속시키는 등 굵직한 경제사건에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장씨를 구한 날은 그가 인사발령 이후 동작경찰서에서 근무한 마지막 날이었다. 이 경위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진 것에 대해 멋쩍어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부역장은 “혼자서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당시 누군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태호/오형주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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