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해임때 거액 퇴직금 황금낙하산 방어장치 있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날씨에 판매량 좌우되는 선풍기·히터 사업구조 탈피
4월 천안공장 완공하면 '메이드인코리아' 수출 재개
[ 안재광 기자 ]
선풍기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신일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타깃이 됐다. 자신을 공인노무사라고 밝힌 황귀남 씨 등 개인투자자 3명이 신일산업 지분 11.27%를 보유 중이라고 최근 공시하면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신일산업 최대주주인 김영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모두 합해 9.9%에 불과하다.
송권영 신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문래동 신일산업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기존 대주주에) 우호적인 세력이 많기 때문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기기 등 신규 사업 진출과 수출 재개 등 사업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M&A 시도 있었다”
1959년 설립된 신일산업은 선풍기와 히터 제습기 밥솥 청소기 등을 제조하는 중견 생활가전 기업이다. 지난해 1202억원 매출에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송 부회장은 “(개인투자자 지분 인수) 공시가 나오기에 앞서 경영권 매각을 제안해 왔고 회사는 거부했다”며 “그러자 지난 6일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을 선임해 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보내 왔다”고 전했다. 그는 “경영 참여를 정말로 원한다면 실제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일절 없었다”며 “M&A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2004년 금호전기가 적대적 M&A를 시도한 적이 있다”며 “당시 황금낙하산 조항(기존 경영진 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주도록 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을 정관에 넣어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대주주 지분율이 낮더라도 경영진에 불리한 상황이 아니고 우호 세력도 많이 있어 위협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한때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려 2004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고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했는데 M&A 복병을 만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건강기기 연내 출시
신일산업은 신규 사업 진출과 공장 이전 등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송 부회장은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는 선풍기 히터 등 기존 제품군에서 탈피하기 위해 건강기기 사업부를 신설하고 안마기 승마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탄산제조기 비데 등의 신제품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통 채널도 기존 대리점과 분리해 전문 대리점 총판 형태로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첫해인 올해 건강기기 부문에서 1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조정 이후 철수했던 수출도 다시 시작한다. 그는 “경기 화성공장을 매각하고 오는 4월 충남 천안에 신공장을 완공한다”며 “천안 공장은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한국으로 가져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생산물량은 전체의 5%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연말까지 30~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결정했고 대주주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려 경영권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회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25% 성장한 1500억원,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한 150억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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