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 '폼페이-최후의 날'
[ 유재혁 기자 ]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18시간 만에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폼페이의 멸망에 관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들은 많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실화였다. 할리우드 대자본으로 만든 신작 ‘폼페이: 최후의 날’(폴 W S 앤더슨 감독)은 첨단 기술을 앞세워 뷔페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거대한 화산 폭발의 재난을 기본으로 로마군의 전쟁 신, 글래디에이터의 검투 액션, 귀족과 노예 검투사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등을 뒤섞었다. 특히 화산 폭발의 전초전으로 쓰나미와 지진 장면들은 재난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해 준다.
줄거리는 이렇다. 로마군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한 뒤 노예 검투사가 된 마일로(킷 해링턴)는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로마 상원의원이자 마일로의 원수인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가 카시아와 정략결혼을 강행하려 들자 마일로는 검투 경기에서 사랑과 복수를 위해 봉기한다. 베수비오 화산도 대폭발한다.
그러나 뷔페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한두 가지 진미를 살리지 못하는 법이다. 이 영화도 너무 많은 플롯을 마구잡이로 뒤섞어 놨다. 그러다 보니 ‘글래디에이터’처럼 검투사의 강한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다. 애국심 대신 넣은 귀족 여인과 검투사의 사랑은 ‘타이타닉’의 애절함에 미치지 못한다. 캐릭터에 깊이 파고들어가지 못한 탓이다.
부패한 사회상에 대한 성찰도 부족하다. 영화는 화산 폭발을 로마의 학정과 부패에 대한 신의 응징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인물들은 로마인의 악행에 신이 응징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마를 등에 업은 폼페이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 폼페이인도 로마의 피해자 정도로 느껴질 뿐이다.
게다가 화산 폭발 장면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절정에서 웅장함을 강화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비슷한 시각적 밀도로 반복될 뿐이다. 화산이 분출한 불덩이들이 건물들을 파괴하는 장면들의 비주얼도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절정부에서 관객들은 식상해지고 만다. 20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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