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한국GM 구조조정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초부터 가동률이 60%로 떨어진 군산공장의 생산 감축 때문이다.
감산에 들어가면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 최근 사측은 "생산 물량은 감소했는데 2교대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며 주간 1교대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군산공장 전체 직원의 35%(11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 현재 군산공장은 주 3일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29일 한국GM 관계자는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며 "설 연휴가 끝난 후에 노사 협의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산공장은 2011년 연간 2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으나 작년에는 쉐보레의 유럽 수출 물량이 크게 줄면서 14만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올해 목표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의 종사자들은 한국GM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해서일까. "지금은 긍정적인 얘길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사실 작년부터 군산공장은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었다. 준중형 세단 크루즈 후속 모델의 생산기지에서 군산공장이 제외돼 군산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사회가 요동쳤다.
지난달 GM 본사가 2015년까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유럽 수출 물량의 80~90%를 책임지는 군산공장은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량 확보가 안되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일감이 없고 공장이 쉬는 날이 많아지면 인력 조정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GM은 올해 1분기 중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는다. 벌써 세 번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 말부터 직원들 사이에 구조조정 얘기가 돌았다"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는데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선 뽀족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GM의 부품 협력사들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한국GM 문제와 관련해선 보름 전에 대책 회의도 열었다"며 "한국GM이 내수 판매의 10%를 차지하는 만큼 협력사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이미지는 곧 제품 경쟁력이다. 구조조정 얘기가 끊이질 않는 회사의 자동차를 소비자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쉐보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힘을 얻기 위해선 GM 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공장을 생산기지로만 바라본다면 한국GM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 확대와 고용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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