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1950년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매수해 놓고 제3의 농민들에게 분배하지 않았다면 매수 전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모씨(77) 등 7명이 국가·한국토지주택공사·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기 절차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옛 농지개혁법에 따라 직접 경작하지 않은 농지를 국가가 매수한 것은 해당 농지가 농민들에게 분배되지 않을 경우 매수를 해제한다는 조건”이라며 “당시 분배되지 않은 농지의 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돌아간다고 판결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우리은행이 소유권을 가진 일부 토지에 대해서는 “신탁재산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이 종료된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된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은행 소유 토지의 신탁계약 기간은 1940~1950년인데 이번 소송은 2010년 제기됐으므로 이미 그 소멸 시효가 지났으므로 다시 심리하라”고 지적했다.
이씨 등은 “선대 소유였던 경기도 남양주시, 여주·이천·양평군 토지 9025㎡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무효 처리 해 달라”며 국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이 중 경기도 남양주시 토지 1914㎡ 관련 관리신탁을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신탁 주식회사가 해 놓았던 만큼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이씨 등이 당초 9025㎡를 3742㎡로 줄여 항소하자 “국가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우리은행은 이 중 경기도 남양주시 토지 506㎡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농지개혁법인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를 정부가 매수한 뒤 농민에게 분배해 주려고 1949년 제정한 법률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