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 제대로 가르쳐야"
압도적 표차로 법안 가결
WP "日대사, 주지사에 협박"
[ 워싱턴=장진모 기자 ]
“일본해 단일 표기가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동해 병기 법안에는 문제가 있다.”(도널드 매키친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일본해라는 이름은 1929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한국도 일본과 동등하게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다.”(리처드 블랙 상원의원)
2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먼드의 의사당 상원 전체회의. 논쟁 끝에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나란히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결과는 찬성 31, 반대 4, 기권 3표. 방청석에 앉았던 한인 70여명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일본은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협박’과 함께 대형 로펌까지 동원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에 나섰지만 “아이들에게 논란이 되는 명칭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데이브 마스덴 의원)는 역사의식을 막지는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가 지난 22일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를 만나 법안 부결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사사에 대사는 지난해 12월 공식 취임 전에 매컬리프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250개 일본 기업이 5년간 버지니아주에 10억달러를 직접 투자했다”며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양국 경제관계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본은 4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해 법안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WP는 전했다.
현지에서 동해 병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미주 한인의 목소리’의 피터 김 회장은 “미주 한인 역사 111년 동안 한국 이슈가 법안으로 만들어져 의회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며 “일본이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법안을 막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상대로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해 병기 법안은 최종 관문인 하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버지니아주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달리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다 주미 일본 대사관이 총력 로비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원은 내주부터 소위 심의에 들어가고 본회의 표결은 다음달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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