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천억 상향 조정, 사후관리요건 완화
올해부터 가업상속공제 관련 조항들이 일부 바뀌면서 가업승계를 염두에 둔 CEO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업승계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획과 실행이 전제돼야 하고, 단순히 피상속인의 지분을 승계자에게 안전하게(그리고 최소한의 세금으로) 상속시키는 과정이어서는 안된다. 주주의 권리를 담보하는 ‘지분’과 원활한 경영활동을 가능하게 할 ‘지위’의 승계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승계 디자인’이다. 승계자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실수와 오판을 줄일 수 있도록 피상속인의 의사를 반영해 의사결정 권한을 단계적으로 승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에 대한 고민없이 승계가 이뤄진 기업들은 승계자의 시행착오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중심으로 바람직한 승계 디자인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가업승계는 영속성과 경영유지 목적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제도는 안정적인 가업승계를 도와 중소기업의 영속성과 경영유지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피상속인 생전에 후계자를 지정하는 등의 주식증여특례와 사후에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가업상속공제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올해에는 가업상속공제의 여러 항목이 개선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적용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종전 2000억원 이하)으로 상향조정한 점이다.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받는 중견기업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가족 간의 재산분쟁을 고려해 유류분 반환청구에 의한 공동상속으로 확대(종전 단독상속만 인정)한 점과 사후관리 요건 중 고용인원 유지 조건을 완화한 점, 7년차 이후 사후관리 위반에 대한 추징세액을 단계적으로 경감해준 점 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공동상속 인정은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잘 반영한 개선안의 ‘백미’라 생각된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형제자매 등에게 승계비율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권리자는 이 비율을 침해당했을 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대상이 기업인 경우 공동으로 상속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회사를 알토란같이 키우느라 다른 재산은 형성해 놓지 않은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창업자가 사망하고 유족으로 자녀가 3명이 있는데 기업 외에는 다른 상속재산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상속재산이 없으니 기업을 공동으로 나눠야 하는데, 이 모든 재산을 단 한 자녀만이 전부 취해야 가업승계 상속공제를 적용받는다. 가족 간 재산권 분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가업상속공제로 승계가 종결된 후에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되면 가업승계 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상속재산(기업)은 일반적인 상속상황을 맞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속을 포기하고 애써 키운 회사는 국고로 귀속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류분 인정을 통한 공동상속 규정이 보강된 것은 우리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판단한다.
“고용유지조건 완화로 경영환경 급변 대처”
또 하나 의미있는 개선사항은 고용유지조건의 완화다. 이 조건은 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인원이 기준연도 인원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를 지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개선안은 전체 사후관리기간(10년)동안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골격은 유지하되,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고용감소를 감안하도록 했다. 고용유지 요건 판정 단위를 매년 및 전체기간으로 구분해 전체기간으로는 종전과 같이 기준 고용인원의 100%(중견기업은 120%)를 유지하되 각 사업연도별로는 기준의 80%이상을 지키도록 했다.
여기서 고용인원 기준연도의 개념도 바뀌었다. 현행 상속개시 직전 사업연도말에서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직전 2개 사업연도의 평균 고용인원으로 규정됐다.
사후관리 위반에 대한 추징세액의 단계적 경감도 의미를 갖는다. 자산 보유, 상속지분 유지, 고용인원 유지 등을 위반한 경우 현재는 위반시점과 무관하게 100%가 추징되지만, 2014년부터는 8년차부터 10년차까지 경감된 추징률이 적용된다.
이번 개선안은 여러 측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반영됐다는 의미를 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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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경영지원단, 02-6959-1699, http://cle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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