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국내 포털 3사의 주가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증시에서 네이버(NAVER)의 ‘독주체제’가 강화된 반면 다음과 SK컴즈 주가는 울상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 주가는 1년 간 213% 뛰었다. 반면 다음과 SK컴즈는 각각 20%, 10%씩 하락했다.
시가총액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네이버는 23조7300억 원으로 시가총액 6위까지 올랐다. 25조 원인 SK하이닉스를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 1년 전 7조5000억 원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 창립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1조 클럽’에 입성했다. 현재 지분 평가액은 1조1763억 원으로 지난 1년간 133% 늘어났다.
반면 다음과 SK컴즈의 현재 시가총액은 각각 1조1000억 원, 3165억 원에 머물러 있다. 다음은 네이버의 20분의 1, SK컴즈는 74분의 1 수준이다. 1년 사이에 증발한 이들의 시가총액은 각각 2870억, 350억 원 가량이다.
관련 업계에선 “대표 포털 3사로 꼽히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기업 가치가 벌어졌다”며 네이버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지만 다음, SK컴즈의 상대적인 부진에 대해 씁쓸해 하는 분위기다.
◆3사 ‘운명’ 가른 것은
모바일 시대에 누가 더 빠르게 반응했는지가 이들의 운명을 갈랐다. 지난해 3사 실적은 ‘모바일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주가도 이에 반응했다.
일본에서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네이버 가치를 이끌고 있다. 현재 3억3000만 명을 웃도는 라인 가입자 수는 올해 말 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라인의 기업공개(IPO)가 결정될 경우 라인 시장가치가 재평가돼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주가는 72만 원.
다음과 SK컴즈는 한 발씩 늦은 대응을 보였다.
다음은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출시하며 후발 주자로 나섰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SK컴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원조격인 싸이월드의 재기를 노리며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포털 네이트도 경쟁사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3위 포털’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
네이버는 지난해 모바일 관련 자회사를 따로 떼어내 ‘벤처’의 특성을 더 살렸다. 반면 다음과 SK컴즈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수준에 머물며 속도가 더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다음도 소위 ‘싹이 보이는’ 사업을 독립시키고 있다. 이달 13일엔 자동차 견적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내 벤처 ‘카닥’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가 “분위기 반전 조짐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다음과 SK컴즈의 분위기 반전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엔 실적 부진이 계속됐지만 올해는 업황 개선이 예상돼 마케팅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에 대해선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신성장 동력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단기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SK컴즈는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효율성이 높아졌다” 며 “상대적으로 작은 성과에도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다음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올해 주가 반등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SK컴즈는 이달 14일부터 다음의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사용자가 네이트에서 검색할 경우 다음의 통합검색이 뜨는 방식이다.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앱)인 싸이메라도 다운로드 건수가 6000만 건을 돌파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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