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파업"
영리목적 자회사 설립·원격의료 놓고 충돌
정부 "민영화 아니다" 거듭 해명 불구 안믿어
[ 김용준 / 이준혁 기자 ]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의료 민영화, 정부도 반대합니다!’라는 코너를 최근 만들었다. ‘원격진료’와 ‘병원 자회사 수익사업 허용’ 등 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이 ‘민영화 공세’에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다급함이 배어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무회의와 각종 기자회견을 통해 “영리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은 지속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민영화로 가는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막겠다”고 나섰다. 방상혁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는 “다음주 반나절 휴진투쟁을 한 뒤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진료거부 등 전면 파업투쟁에 들어가겠다”고 9일 말했다. 의협은 11~12일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연다.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
의료 민영화 논란의 발단은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다. 예컨대 세브란스병원이 장례식장을 하듯 다른 의료법인들도 자회사를 만들어 사우나나 식당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 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인 임대업이나 숙박업 여행업 등을 허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병원이 환자들에게 각종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구매하게 하면 약자인 환자들은 의료비 외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 비급여진료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병원 자회사 설립은 중소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을 개선하려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종사자 간의 편의증진에 국한된 사업만 하겠다는 것으로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허용
복지부는 9일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실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중소병원은 더 튼튼하게, 의료서비스는 더 충실하게’ 등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인터넷광고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원격의료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결국 원격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이 생겨 동네의원들은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동네 근접성을 기반으로 한 동네의원들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는 수술환자가 많고, 고가의 원격의료 장비를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을 가속화해 의료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수술한 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동네병원 외에는 진료할 수 없도록 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의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특진비·상급병실료 폐지도 논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비급여(특진·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개선안도 쟁점 중 하나다. 정부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현재 5~6인실로 지정돼 있는 일반병실을 2~4인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저렴한 일반병실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병원 입장에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의사 연봉의 30~40%를 충당해줬던 특진비(선택진료비)도 폐지할 계획이다.
문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 환자의 80%가 선택진료비를 낸다면 그건 선택하는 게 아니다”며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간병비도 환자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지난해 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 반발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병원의 주요 수익보전 수단이었던 ‘비급여 영역’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하면 병원 수입이 줄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김용준/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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