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성장의 하방위험이 없어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테이퍼링은 미국의 경기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지 불리한 것이 아니다"며 "때문에 그동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테이퍼링을 성장의 하방 위험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1월 통화정책방향'을 보면 전월의 "미국의 재정 관련 불확실성 지속 등이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대신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등에 의해 영향받들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김 총재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도 새로운 전망 작업에 들어갔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갭'은 연말까지는 마이너스(-) 상태가 해소될 것으로 봤다. GDP 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격차로 마이너스 상태는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엔화약세에 대한 대응을 금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엔화약세가 모든 산업에 일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금리정책보다는 일부 산업에 대한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엔화약세로 피해를 보는 산업으로는 자동차 철강 기계 등을 꼽았다. 특히 수출단가를 봤을 때 기계류
산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 총재는 "환율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 취약한 산업의 입장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대일적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분적인 상쇄 효과도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로 유지키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 5월 0.25%포인트 인하한 뒤 8개월째 동결이다. 일부에서는 엔화약세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인 정치권의 압력 논란에 대해서는 "금리결정은 금통위 고유의 권한"이라며 "압력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10월 전망치인 3.8%로 유지했고, 내년은 4.0%로 봤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종전의 2.5%에서 2.3%로 낮췄다. 내년은 2.8%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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