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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학회 총회 개막 "철학 모르는 경제학자는 재주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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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바움 시카고대 석좌교수, 기조강연서 경제학계 비판
"현실 입각한 이론만 쏟아내…자유·정의에 대한 고민 부족"



[ 필라델피아=유창재 기자 ]
“철학을 모르는 경제학자는 줄 없이 줄타기를 하는 재주꾼과 같다.”

세계 100대 지성으로 꼽히는 마사 누스바움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2일(현지시간) 철학을 모르는 현대 경제학에 대해 개탄하며 한 말이다. 이날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 기조강연을 통해서다.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누스바움 교수는 “(윤리 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부터 영국 공리주의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철학과 경제학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었다”며 “하지만 현대 경제학자들은 철학적 기반 없이 현실에만 입각해 경제 이론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경제학은 정책 당국자들로부터 중요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철학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학자들도 철학을 공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 정도가 경제학에 철학을 접목하는 학제 간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 경제학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예를 들어 경제개발과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정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회 정의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철학적 고찰이 있었지만 ‘빈국에 대한 부국의 의무’와 같은 ‘글로벌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 학문적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학자들은 글로벌 정의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막 시작했다”며 “젊은 경제학자들도 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또 “경제학자들은 복지에 대해 계량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람의 복지와 행복은 다차원적이어서 수량으로만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하는)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조차도 행복의 질을 간과하는 공리주의를 비판했다”며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행복을 양적으로 계량화하는 피상적인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또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국내총생산(GDP) 목표와 같은 획일적인 규범을 강요하거나 권유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원주의 사회를 위해서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 이 밖에도 그는 ‘상대주의와 보편주의’ ‘자유와 책임’ ‘감정과 욕망의 특성’과 같은 철학적 고민이 경제학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AEA는 이날부터 5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연례 총회를 시작했다. 매년 1월 초 도시를 바꿔가며 열리는 이 학회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다. 이번 학회에서는 ‘미국 경제의 장기침체(스태그네이션) 가능성, 앞으로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향방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필라델피아=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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