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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주 기자 ] 피아트의 고성능 브랜드로 알려진 아바스(Abarth)는 1949년 카를로 아바스가 만들었다. 1952년 피아트와 손잡고 처음 내놓은 차가 ‘아바스 1500 비포스토’다. 배기시스템 효율 향상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아바스는 1960년대 ‘포르쉐 904’ 및 ‘페라리 디노’와 경쟁 가능한 다양한 스포츠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때 아바스는 요한 압트(Johann Abt)라는 레이서와 손을 잡는다. 요한이 모든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두면 경주차 공장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아바스는 경주에 매진하며 고성능 부품을 만들었다. 피아트는 물론 포르쉐 기반의 ‘포르쉐-아바스 카레라 GTL’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것도 모자라 12기통 고성능 엔진 튜닝에도 관여했다. 하지만 지나친 사업 확장은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고, 1971년 피아트에 회사를 넘겼다. 아바스가 피아트의 별도 고성능 브랜드가 된 배경이다.
이즈음 아바스 레이싱팀 소속 드라이버 요한은 아바스를 떠나 독립 경주팀을 결성하고, 독자노선을 간다. 이후 꾸준히 ‘압트’ 브랜드의 고성능 개조 차종을 선보였고, 2003년 요한이 세상을 떠날 때는 100명 규모까지 살림이 늘었다. 그가 떠난 자리는 한스 위르겐 압트와 크리스티앙 압트 형제가 물려받았다. 그중 레이서였던 크리스티앙이 1999년 독일 슈퍼투어링 경주에서 아우디 A4를 가지고 우승하며 ‘아우디 압트’가 유명세를 탔다. 아우디가 고성능 브랜드로 압트의 스포트라인을 의미하는 ‘S(Sport)’를 삼게 된 이유다.
일본도 고성능 브랜드는 만만치 않다. 특히 닛산은 1960년대부터 고성능 차종을 만들어왔다. 덕분에 닛산차를 개조, 경주에 나서는 팀이 많아지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팀을 꾸렸다. 나아가 일본 내 포뮬러3(F3) 경주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984년 닛산은 두 팀을 통합해 ‘닛산 모터스포츠’를 의미하는 ‘니스모(Nismo)’를 만들었다. 체계적인 자동차경주 참여를 통한 기술개발의 목적을 부여했고, 덕분에 1988년 원메이커 시리즈에 나갈 경주용차 ‘사우러스’를 내놨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적인 명차로 인정받는 ‘스카이라인 GT-R’ 개발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얼마 전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여를 시작으로 고성능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고성능 제품 개발에 먼저 나선 기업을 보며 브랜드도 영문 이니셜 ‘N’으로 삼았다. ‘S’는 아우디, ‘F’는 렉서스, 폭스바겐은 ‘R’, BMW는 ‘M’ 등 고성능 브랜드에 유독 영문 이니셜이 많은 점을 감안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 막 고성능을 추구하는데, 상대적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디젤 및 하이브리드 고성능 제품 등이 앞다퉈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방향은 분명해진다. 고효율, 고성능을 이뤄내면 된다. 고성능이라고 무조건 배기량을 키우던 것에서 벗어나면 된다. 어차피 ‘패스트 팔로어’가 된 바에야 제품은 차별화로 가자는 의미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성능을 선택하는 사람의 공통 성향은 차별화다. 남들과 다르고 싶은 사람에게 마치 ‘다른 것 같은 제품’으로 속이려 하면 곧 들통 나기 십상이다. 지구 전체를 감싸는 전파 네트워크의 강력한 정보 공유 능력을 무시하면 곤란한 시대니까.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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