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패딩 시장도 점령…매출 매년 두자릿수 증가
올해 백화점 매출 27% ↑…시장규모 6조원 넘을 듯
"시장 포화" 반론도 팽팽
[ 임현우 기자 ]
“몇 년 전부터 ‘이젠 포화상태’라고들 했는데 계속 크고 있어요.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죠.”(아웃도어 업체 A사 관계자)
아웃도어가 올해 패션업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수십 개 브랜드가 뛰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지만 2000년 이후 시작된 두 자릿수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4사(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의 올 아웃도어 매출(1월1일~12월19일)은 1조361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1조700억원)을 27% 뛰어넘었다. 남성복과 여성복 등 일반 의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사상 처음 6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 시장규모를 지난해(5조8000억원)보다 11% 늘어난 6조4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2007년만 해도 1조5000억원, 2011년에는 3조원이었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의 고성장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 대표적 아웃도어 원단인 고어텍스의 경우 한국이 단일 국가로는 아시아 최대 소비국이다. 이호석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MD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초기의 기능성 등산복에서 성인용 일상복, 캠핑용품, 어린이 의류, 프리미엄 패딩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힌 결과”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저씨 등산복’ 이미지가 강했던 아웃도어는 20~30대 직장인, 여성, 어린이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진출한 워킹화, 캠핑용품, 어린이 의류 등에서는 기존 업체 매출을 일부 빼앗아오기도 했다. 올해 블랙야크가 어린이 전용 브랜드를 출시했고 코오롱스포츠, 밀레, 빈폴아웃도어 등도 키즈 라인을 확대했다. 일상적인 출퇴근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의 비중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올 하반기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등 프리미엄 패딩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업계에선 아웃도어 매출을 잠식할 것으로 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자체 기술력과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 아웃도어 업체들의 고가 패딩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 덕분에 블랙야크가 사상 처음 월 매출 1000억원(지난달)을 돌파하는 등 오히려 ‘패딩 특수’를 누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내년에도 10%대 성장률은 너끈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십 개 브랜드가 난립하게 된 상황에서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신재훈 블랙야크 마케팅본부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이상 브랜드 파워가 아주 강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만들지 못한 ‘어정쩡한’ 브랜드는 내년부터 여럿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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