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돌아보니 아쉬움도 많았지만
지난 1년의 삶이 적자는 아니었던듯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이맘때쯤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한두 가지씩은 반성을 하게 된다. 올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정도의 손익 계산은 누구나 할 것이다. 만약에 조금도 반성할 게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매우 잘 산 사람이 되겠다. 직장에서도 별 변함이 없고 집에 가보면 아내는 그대로 집에 있고 아이는 성적은 신통찮아도 건강하고, 그렇게 큰 변동 없이 살아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는 이 커다란 도시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가수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지도 무명시절까지 합치면 벌써 40년이다. 이 불합리하고 불안한 직업으로 나는 내가 늘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 은근히 뒤돌아서 하는 손가락질들, 열심히 땀 흘리며 노래 부르고 있어도 떠들고 무시하는 사람들, 나를 약간 낮춰 봐야 자신이 더 높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에서 그런 피해 의식으로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주일에 한 번 이렇게 짧은 글이나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내 자신의 모습을 볼 기회를 가지게 되며, 혹시 나도 그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 아닌지, 남들이 열심히 이뤄놓은 성과를, 칭찬보다는 흠을 찾고 흉을 보진 않았는지, 나에게 진심으로 보내준 관심을 의심하고 밀쳐버리진 않았는지, 내 말 한마디, 글 한 구절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아파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계산을 해보면 잘한 일보다 못한 일이 훨씬 더 많고, 고개를 들 수 없는 일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래도 이만큼 살게 해준 세상의 인심에 감사한다. 어제 보았던 사람들을 오늘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먹고 살기 위해 나갈 곳이 있다는 것,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해를 보내는 이맘때쯤엔 느끼게 된다. 그래 어쩌면 나의 올해 손익계산서는 흑자일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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