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 '디셈버'
[ 송태형 기자 ] ‘기억 속 찬란한 러브 스토리’를 표방한 극은 축축 처진다. 드라마의 옷을 입고 흐르는 고 김광석의 노래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드라마에 생명력과 감동을 불어넣기는커녕 대부분 ‘감정 과잉’으로 불려 극을 더 축축하게 만든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디셈버’는 김광석의 노래들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장진 감독은 지난 10월 말 제작발표회에서 “그(김광석)의 가사를 다 펼쳐보면 신파 통속극 외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신파조’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노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이야기가 헐거워지기 쉽다. ‘디셈버’가 그 모양새다. ‘어느 60대 부부 이야기’란 노래를 살리기 위해 60대 하숙집 주인 부부가 등장하고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난다.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 위해 29세 복학생 캐릭터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설정들이 극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밀도를 떨어뜨리는 데 있다. 김광석의 노래들에 짓눌려서일까. 장 감독은 영화와 연극에서 보여주던 이야기 솜씨를 발휘하지 못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 시절 첫눈에 반한 이연(오소연 분)을 만난 지 한 달 만에 사고로 떠나보낸 지욱(김준수 분)은 20년이 흘러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우연히 이연과 꼭 닮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 화이를 만나 그리움이 더욱 커지고, 그녀를 그가 연출하는 무대 주인공으로 세운다.
지욱의 한결같은 순애보는 눈물겹지만 끝까지 왜 그런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노래 하나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신파 통속극이라 해도 극의 속도가 일반 뮤지컬에 비해 좀 느리다. 커튼 막을 내리고 세트를 바꾸는 장면 전환도 너무 잦다. 간극을 메우기 위해 ‘장진’식 유머가 적극 동원되지만 썩 재밌지도, 매끄럽지도 않다.
3000여 객석을 가득 채우고 일본 원정 팬까지 불러온 김준수의 힘은 대단하지만, 연기와 가창은 물음표다. 분장과 목소리 톤의 변화 없이 40대 연출가를 소화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가창에서도 감정을 조금 덜어내야 한다.
공연은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 내용과 크게 달라졌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바꾸고 다듬은 결과다. 공연 중에도 마찬가지다. 2회 공연부터는 개막 공연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김광석 홀로그램’ 장면이 빠지고, 시간도 20분가량 줄였다. 창작 초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연은 내년 1월29일까지, 5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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