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137억년 전 우주 탄생때의 빛
이제야 지구에 도착하고 있어
그 빛으로 블랙홀·은하 연구
[ 임근호 기자 ]
“은하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은 은하 중심부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갖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연구실에서 만난 임명신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천문학과 교수)은 “137억년 전 빅뱅(대폭발)이 일어나 우주가 탄생하고 이어 별들과 행성이 생겨났다”며 “하지만 수억개의 별이 집단을 이루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기우주천체연구단은 2008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 초기 우주(우주 나이 약 10억년 전후)의 천체들을 관측해 별들이 어떻게 무거운 은하와 초대형 블랙홀로 진화해 갔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임 단장은 2005년 국내 최초로 퀘이사를 발견하는 등 퀘이사와 블랙홀 연구의 선두주자다.
◆우주의 수수께끼…거대질량 블랙홀
블랙홀은 덩치가 큰 별이 수명을 다해 변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거대질량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천문학계는 수수께끼에 빠져들었다. 거대질량 블랙홀이란 태양 질량의 100만~100억배에 달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다. 일반적인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의 3~4배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임 단장은 “우리 은하를 포함해 대부분의 은하 중심부에는 이런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어떻게 이런 초대형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천문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대질량 블랙홀이 우주 초창기부터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130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퀘이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퀘이사는 가스나 별 등의 물질이 거대질량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막대한 빛과 에너지를 내뿜는 준항성이다. 130억광년 떨어진 곳의 퀘이사를 관측한다는 것은 130억년 전의 과거를 본다는 뜻이다.
그는 “초기 우주에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매우 커다란 별들이 있어 이들이 죽어 거대질량 블랙홀로 발전했을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초기 우주의 가스가 수축해 ‘씨앗블랙홀’이 생겼고 이것이 물질을 빨아들이며 초대형 블랙홀로 발전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며 “어느 이론이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선 초기 우주를 관측해 증거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측기기 개발로 연구 경쟁력 높여
연구단은 이를 위해 초기 우주의 모습을 간직한 퀘이사를 발견하고 관측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임 단장은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퀘이사를 분석해 블랙홀의 질량과 성장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며 “블랙홀은 단순히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가 아니라 은하의 형성과 우주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천체라는 계 최근 학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먼저 생긴 뒤 블랙홀을 품은 은하의 덩치가 커졌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반면 또 다른 연구는 이미 진화가 많이 된 은하 속에서 거대질량 블랙홀이 급속히 성장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게 블랙홀과 은하 중 어느쪽이 먼저 생겼는지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우주천체에 대한 연구는 현재 국제적으로 중요한 천문학적 연구 분야로 각광받고 있으며 각국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며 “최신 관측시설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초기 우주천체 관측을 위한 ‘CQUEAN(Camera for QUasars in EArly uNiverse)’ 기기를 개발했다. 2018년께 한국도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을 보유하게 된다.
그는 “초기 우주를 탐구한다는 것은 단지 은하의 기원을 이해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인류와 우주의 모든 물체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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