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하도급법이 하청업체의 일감을 없애고 있다고 한다. 어제 한경 보도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됨에 따라 이를 피하려고 협력업체 수를 대폭 줄이는 원청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 하도급법은 원청업체의 부당 단가인하, 발주 취소, 부당 반품행위를 징벌적 손해배상(피해액의 최대 3배) 대상으로 정했다. 문제는 ‘부당’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어 하청업체가 우기면 빠져나갈 구멍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사정이 이러니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소수만 남겨두고 나머지와는 거래를 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청업체 살리자는 법 개정이 하청업체의 일감을 없애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처음부터 우려됐던 바다. 우리가 본란에서 개정 하도급법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원가 절감 노력은 모든 기업의 본령이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를 모두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간주해 벌을 주는 식이라면 하도급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 오히려 더 빈번하다는 조사도 있다.
경제민주화 조치라는 게 대부분 이런 식이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다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다반사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중소기업적합업종이 그렇고, 대형마트·프랜차이즈 규제도 마찬가지다.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기업은 규제하고 봐야 한다는 식의 선동이 만들어낸 결과다. 치열한 경쟁과 자유로운 계약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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