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욱진 기자 ]
‘무역의 날’은 수출 1억달러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1964년 12월5일을 ‘제1회 수출의 날’로 정한 것이 시초다. 1987년부터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행사 주관 기관도 1988년 KOTRA에서 한국무역협회로 변경됐다.
올해로 무역의 날이 제50회를 맞았다. 1964년 이후 한국 수출은 연평균 19.2%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증가율 10.2%를 크게 웃돈다. 1977년 100억달러를 달성하기까지 한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무려 40%에 달했다. 1964년 159개국 중 90위였던 한국 수출은 2010년 7위로 급상승,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이 된 수출
수출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 경제가 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경제 회복을 앞서 이끈 구원투수였다. 1997년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며 위기를 맞았을 때 한국은 수출 증대와 무역수지 흑자로 이를 극복했다. 2001년 거품 붕괴로 IT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에 폭락하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파산하면서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도 수출이 경제를 지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고환율 정책 등을 통해 수출을 장려한 것이 주효했다.
무역은 고용 창출과 외화 획득, 국민소득 증진 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 규모가 1조달러를 넘었다. 2011~2013년 무역 1조달러 달성 국가 중 3년 연속 흑자를 낸 곳은 한국과 독일, 중국, 네덜란드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무역흑자 덕분에 한국은 지금 3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갖게 됐다. 지난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561억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세계인의 일상에 파고든 한국제품
지금 전 세계인들은 일상 생활을 한국 수출상품과 함께 한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현대·기아의 자동차, LG의 가전제품은 지구촌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박과 기계, 소재·부품은 산업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특히 한국의 IT 제품들은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정보 전달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31.4%로 독보적인 1위다. 다음이 애플 13.1%, 화웨이 4.8%, 레노보 4.7%, LG전자 4.6% 등의 순이다. 메모리반도체(DRAM)의 점유율도 한국 64.0%, 일본 15%, 미국 13%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주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도 한국이 45.9%로 1등이고, 다음이 대만(34.9%)과 중국(7%)이다.
또 한국 자동차는 세계인의 발이 돼 5대양 6대주를 달리고 있다. 한류 붐과 함께 음악 등 문화 콘텐츠도 전 세계인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있다.
FTA 앞세워 더 빨리 질주한다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지금 다양한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좁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72조달러 규모의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미국, 인도, 칠레 등 전 세계 47개국과 FTA를 맺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39조900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55.2%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인구는 28억5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41.0%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 캐나다 등 12개국과의 FTA 협상이 추가로 타결되면 GDP 20조5000억달러, 인구 17억1000만명 시장을 새로이 열게 된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무역경쟁력 격차와 몇몇 품목에 대한 과도한 수출 집중, 서비스 부문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출 경쟁력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 대기업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출의 50% 이상이 석유제품,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 등 상위 6대 품목에 집중돼 있다. 지역적으로도 중국과 아세안, 미국, 유럽연합(EU) 등 4대 시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기준으로 상품 수출은 세계 7위를 기록한 반면 서비스 수출은 13위에 그쳤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지속가능한 무역 발전을 위해서는 무역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고 수출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산업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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