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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무한혁신' 만드는 세가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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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 이승훈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hlee@lgeri.com >

문제 찾아내는 인재 선호…사내서 자유로운 소통·토론
개발자 보다 시스템 우선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구글과 애플이 개발한 운영체제(OS) 플랫폼은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시계, 안경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기기가 출시되면서 소프트웨어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졌다.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역량을 높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아직도 주요 혁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온다.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실리콘밸리 기업의 첫 번째 비결은 채용 과정에 있다. 이들은 인재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까다롭게 선발한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입사 지원자의 프로그래밍 능력만 보지 않는다. 기발한 퀴즈나 퍼즐을 제시한 뒤 지원자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능력을 검증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정답을 빠르게 내놓는 사람을 찾는다. 부서나 제품별로 필요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정의한 뒤 해당 인력을 구하는 식이다. 이미 정의된 문제 안에서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신속하게 구현하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혁신 가능성을 제약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는 여러 사람이 정보를 교환하고 참여하면서 개발된다. 이 같은 특성을 잘 이해한 실리콘밸리 기업은 직원들의 소통과 토론을 중시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롭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기업문화도 조성한다. 애플의 우주선 모양 신사옥, 페이스북의 ‘웨스트캠퍼스’는 직원들이 쉽게 마주치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와 달리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직된 문화와 경쟁적인 분위기를 갖는다. 이는 자유로운 토론과 정보공유를 이끄는 데 장애물이 된다. 물론 개별적인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코드가 공개되고 누구나 사용 가능해지는 것이 달갑지 않다.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가진 차별적 가치가 줄어든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보유한 정보 가치가 공유를 통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게 소프트웨어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2~3년에 한 번꼴로 이직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큰 무리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최종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70% 이상은 시스템에 기반하고, 나머지 부분을 개별 개발자들의 구현 능력, 팀워크 등 다양한 요인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개별적인 개발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개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 않은 측면이 크다. 하지만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는 경우에도 몇몇 소수의 뛰어난 개발자들이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 뛰어난 개발자들은 지속적으로 과다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고, 기업 또한 이들 소수 인력에 갈수록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도 변화의 움직임은 눈에 띈다. 최근 정부의 소프트웨어 정책은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창의력, 독창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노력들이 단기적인 성과나 외형적인 변화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문제를 발굴하는 능력, 공유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는 개방적인 문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승훈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hlee@lgeri.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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