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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에 장애인 2500명 고용 지원했더니…보잉, 반값 납품 받고 美 정부는 수천만弗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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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해법, 소셜투자로 찾는다 (3)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프로그램

'하루 20弗 허드렛일' 장애인들, 月 3000달러 소득자로 변신



[ 시애틀=정영효 기자 ]
“OOO씨, 지금 바로 행정실로 오세요.”

미국 시애틀 외곽 세인트플럼가에 있는 라이트하우스 제작소. 내부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소음을 잠재울 정도로 쩌렁쩌렁 울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곳은 항공기 부품을 만들어 보잉 등에 납품하는 공장. 전체 직원 400명 중 240명이 시각장애인인 점을 감안해 행정실에선 안내방송을 최대 음량으로 키운다.

네이선 그린우드 씨(36)를 만난 건 공장 입구에 자리잡은 ‘항공기 동체용 알루미늄 패널’ 작업장이었다. 사물의 형체만 겨우 알아볼 정도의 시력을 가진 그가 라이트하우스에 합류한 건 6년 전. 보잉이 운영하는 ‘취약계층 보호작업장(sheltered workshop)’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된 직후였다.

덕분에 고교 졸업 뒤 10여년간 무직 아니면 ‘하루 20달러짜리 허드렛일’에 만족했던 그린우드 씨는 ‘월 3000달러 소득자’로 변신하게 됐다. 미국 연방정부와 워싱턴 주정부는 매년 그에게 내주던 수천달러 생계보조금을 아끼게 됐다. 보잉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라이트하우스의 낮은 비용구조 덕분에 다른 공장의 반값에 고품질 부품을 납품받게 돼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정부, 기업, 장애인 모두를 ‘승자’로 만든 셈이다.

◆불량률 0.1%…시각장애인의 잠재력

비영리기업인 라이트하우스가 설립된 건 1918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등대가 되겠다’는 포부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만든 물건의 품질은 믿을 수 없다’는 편견을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고난도 기술을 가르치려는 기업도, 예산도, 설비도 없었다. 라이트하우스에 떨어지는 일감은 빗자루 의자 등을 단순 조립하는 게 전부였다.

라이트하우스가 첨단산업으로 꼽히는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로 발돋움하게 된 건 시애틀에 본사를 둔 보잉이 1952년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보잉은 라이트하우스에 작업 공간과 기계설비, 원자재 구매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고용된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을 제공, 이곳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하도록 도왔다. 장기 납품계약을 통해 안정된 판로도 마련해줬다.

그렇게 시각장애인들은 업무 숙련도를 끌어올렸고, 결과는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팻 오하라 공장장은 “이곳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은 ISO 9000, DI-9000 등 각종 품질인증을 받았다”며 “지난 10년간 평균 불합격률은 0.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탄탄한 품질 덕분에 라이트하우스는 현재 연간 8만개, 5000만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은 워싱턴주 최저임금(시간당 9.19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시간당 17달러 임금을 받는다.

비버리 홀랜드 보잉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시각장애인은 평균적인 학력이 모든 장애인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직업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일반인 수준의 업무성과를 낼 수 있다”며 “라이트하우스가 이를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라이트하우스의 성공을 계기로 취약계층 보호작업장을 워싱턴주 전역에 13곳으로 늘렸다.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인 조안나 톰슨 보잉 디렉터는 “13개 공장과 작업장에서 연 200만개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23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했다.

◆정부-기업, 장애인 모두 ‘윈-윈-윈’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는 건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정부도 상당한 예산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12만9909명(2013년 1월 기준) 가운데 18세 이상 성인은 12만181명. 이들 중 70%는 실업자다.

미국 연방정부는 최저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18세 이상 장애인 및 저소득층에 월 830달러를, 워싱턴 주정부는 월 최고 623달러를 준다. 대다수 시각장애인 실업자들이 생계보조금을 받고 있는 만큼 연방 및 지방정부는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만 매년 최대 12억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보잉이 13개 취약계층 보호작업장을 통해 고용한 25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은 정부의 생계비 보조 대상이 아닌 만큼 정부 입장에선 보잉 덕분에 최대 4400만달러를 아끼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커크 애덤스 라이트하우스 회장은 “보잉의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덕분에 워싱턴주는 시각장애인 실업률이 4%포인트가량 떨어지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보호작업장 사업은 보잉에도 ‘남는 장사’였다. 라이트하우스를 통해 납품받는 제품의 단가가 일반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가격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결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각종 지원 혜택에 있다. 라이트하우스의 시각장애인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17달러)은 워싱턴주 평균임금(2011년 말 기준 5만1036달러·시간당 대략 26.58달러)보다 훨씬 낮다. 법인세 4.75%도 면제받는다. 비영리기업인 만큼 배당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혜택이 납품단가를 떨어뜨리는 데 쓰였다.

시애틀=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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