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전세가격 급등이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11월 금리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48.4%로 적정수준이지만, 전세금을 포함한 실질 LTV 비율은 75.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시스템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시스템적 리스크란 문제가 생긴 해당 부문만이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한 구조적 위험을 말한다.
이 금통위원은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대출 증가로 세입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대출자산의 질이 변하거나 금융상품 간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강제 저축수단으로서 저소득층 재산형성에 도움을 준 전세자금이 이제는 부채를 증가시키는 역기능으로 바뀌게 됐다"며 "전세대출 통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질 LTV비율 상승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회의에서는 저물가 추이 장기화 우려도 나왔다.
11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0%대 오름세를 보였다.
한 금통위원은 저물가 추세를 두고 "물가가 경기회복세와 큰 괴리를 보이며 경제상황 판단과 정책대안 마련에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트랩(저물가가 악순환되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금통위원은 사상 최대 수준인 경상수지 흑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 금통위원은 경상흑자 폭이 커지는 것은 한국 제품의 비(非)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기 보다는 소비·투자가 위축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금통위원은 "이는 과거 일본의 경상흑자의 원인(소비·투자부진)과 유사하다"며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에 안주해 실물 불균형 해소·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혁신을 소홀히 하다간, 결국 수출 경쟁우위도 퇴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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