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국내 증시에 '엔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26일 코스피지수는 2020선을 회복했다. 오전 장에서 199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전환에 2020선에 올라섰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오름폭은 0.5% 미만에 그쳤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장세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엔저 트라우마'가 재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코스피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
◆ 엔저 공습에 수출주 타격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엔화 가치는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01.91엔까지 상승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또 다시 1060원선이 무너졌다. 원·엔 환율은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엔화 약세·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는 국내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요소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전기전자 업종은 국내 증시를 이끄는 시총상위 종목들로 구성돼 있어 타격이 클 수 있다.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외국인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간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원화 강세를 통한 차익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는 2000선에서 정체국면을 이어갔다. 일본 증시가 6개월여 만에 1만5600선을 상회한 것과 대조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상대적 약세 이유 중 하나가 '엔화 약세 트라우마' 탓"이라며 "엔저의 시작점과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선 시점, 한국 증시의 상승 강도가 일본보다 약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모두 11월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달부터 수출주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내수주 대표인 한국전력의 주가 행보가 엇갈렸다"며 "엔화 약세는 코스피의 상승 속도, 특히 수출주의 상승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증권사들은 엔화 약세가 201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올 4분기 평균 전망치는 달러당 100엔이다. 내년에는 1분기 102엔, 2분기 104엔, 3분기 106엔을 거쳐 4분기 108엔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융완화책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BOJ가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일본 간의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엔화 약세 압력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다만 엔화에 대한 숏포지션이 최근 과도하게 쌓였고 연중 고점(103엔대)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엔화 약세는 현재 수준에서 조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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