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2200억 상환도 2년 연기
[ 이상은 기자 ] 동부제철이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해 채권단으로부터 차환 지원을 받게 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3조원 규모의 자구책 마련을 발표한 뒤 채권단의 첫 ‘대출 연장’이다. 채권단과 신용보증기금·회사채안정화펀드(금융투자업계) 간 갈등 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신보는 21일 저녁 동부제철의 12월 만기 회사채 1050억원 차환 지원결의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당초 결의예정일(19일)을 이틀이나 넘겼다.
신보는 앞서 동부제철이 받은 대출(신디케이트론) 8000억원을 상환하는 문제를 놓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갈등을 빚었다. 산업은행 등 6개 금융사는 동부제철이 당진제철소 건설을 위해 빌린 8000억원을 내달부터 상환받을 예정이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각 1100억원씩 총 2200억원 상환시기를 2016년 8월까지 2년여 미루기로 했다.
신보는 대출 원금을 계획대로 상환하면 동부제철에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기 회장, 연대보증 서기로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이미 상환만기를 1년 연장해준 터라 추가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맞섰지만 신보의 강경한 입장에 결국 양보하기로 했다. 차환발행심사위원회는 채권단·신보·금융투자업계 3자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3조원 규모 자구계획안까지 발표했는데 회사채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해 신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업계는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증을 서야 한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회사채 차환 지원은 만기를 2년 늦춰주는 것인데, 회사가 돈을 갚지 못하면 대주주인 김 회장이 갚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회사채 총액인수제를 ‘고무줄’로 운영하는 선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각 금융사들이 기업의 급박한 사정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려고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며 “제도의 취지가 흐려지고 기업들도 신청을 꺼리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부제철은 내년에도 436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지원키로 한 것은 내달 만기도래분일 뿐이고 내년 상환분은 월별로 열리는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서 매번 다시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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