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이 아닌 조이스틱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대가 온다?”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자동차를 만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어떻게 손가락 하나로 1t이 넘는 차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1880년대 자동차에 최초로 적용된 조향장치는 자전거용 핸들이었다. 그 후 차축이 통째로 돌아가는 피벗식 핸들이 발명됐지만 고장이 잦아 실용성은 떨어졌다. 전륜(앞바퀴) 차축만 조향되는 장치는 1890년대 말 고안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자전거 핸들 모양의 쇠막대기에 끈이 연결된 형태였다. 지금의 둥근 바퀴형 핸들이 등장한 것은 그 후로도 몇 년이 지난 뒤였다.
1950년대에는 조향의 동력을 엔진에서 얻어 유압으로 조작하는 파워스티어링 방식이 등장했다. 파워스티어링은 유압을 이용해 적은 힘으로도 차량을 쉽게 조향할 수 있어 많은 운전자들에게 환영받았다. 하지만 스티어링휠이 너무 가벼워지자 고속으로 주행할 때 작은 충격에도 심하게 방향이 틀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속도감응형 유압조향장치’다. 이 장치는 말 그대로 속도에 따라 유압을 조정해 저속에서는 스티어링휠을 가볍게, 고속에서는 무겁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준다. 그러나 장치가 무겁고 가격이 비싸 주로 중대형 자동차에만 장착됐다.
최근에는 유압이 아닌 전기로 스티어링휠을 제어하는 제품이 개발되면서 이런 단점이 극복됐다. 현대모비스가 2007년 초 국산화에 성공해 현대·기아자동차 주력차종에 공급하고 있는 ‘전동식 조향장치(MDPS)’가 주인공이다. 이 장치는 차량의 주행 조건에 따라 운전자가 최적의 조향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와 운전자의 미세한 핸들 조작도 감지할 수 있는 최첨단 광학식 센서를 통해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전자식 조향장치는 속도감응형 유압조향장치에 비해 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차량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작다. 무게도 5㎏ 이상 줄어 연비가 3~5% 정도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오일펌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덜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이스틱으로 자동차를 조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확실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아직 전자식과 기계식이 혼용된 조향장치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거치고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보된 전자식 조향장치가 나오게 되면 핸들 없이 조이스틱이나 음성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자료제공 :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