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범위 지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중기 범위를 3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최대 800억원 이하로 하는 내용의 중기 범위기준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상시근로자 수, 자본금(또는 매출액) 등 업종별로 차등화된 복잡한 중기 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하고, 그 범위도 축소하자는 취지다. 무려 37년 만의 중기 범위 재조정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등 단체는 물론 업종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중기중앙회는 개편안 적용시 1302개 업체가 중기 지위를 잃는다며 강력 반대다. 새 기준인 매출액 800억원과 현행 매출액 상한기준 1500억원 사이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매출액 기준을 오히려 최소 2000억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중견기업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잔뜩 경계감에 사로잡힌 분위기다.
중견기업은 중견기업대로 사정이 복잡하다. 그동안 상시근로자 수, 자본금 때문에 중소기업에 속하지 못하다 매출액 기준 덕에 새로 중기로 편입되는 기업은 대환영인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중기 혜택을 연장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소상공인·소기업은 별 조직적인 반발이 없지만 중견기업 중에서 중소기업으로 새로 편입돼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소기업들은 반대 입장이다. 공공구매 등이 바로 그런 분야다. 중기 혜택을 자신들로 한정, 집중하라며 중기중앙회와도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중기 범위는 늘려도 문제, 줄여도 문제인 상황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온갖 보조금과 각종 혜택으로 넘쳐나는 중기정책이 기업들을 중독시킨 결과다. 중소기업을 서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이런 발버둥이 부끄럽지도 않다는 것이니…. 논란이 심해지자 중기청도 매출액 기준을 올리는 방법으로 한 발 물러설 태세다. 심지어 매출액 기준을 주기적으로 올린다는 타협안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러다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만 빼고 모든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지정하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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