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가 지난 14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현재 미국 증시는 거품이 아니다”고 언급하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미국발 주가 오름세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옐런은 지난달 의장 내정 일성으로 “경기회복을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장 양적완화를 급격히 축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지만 경기회복 신호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Fed가 출구전략 전제로 삼은 ‘실업률 6.5% 이하, 물가상승률 2.5% 이상’이란 조건과 꽤 차이가 있다. 10월 실업률은 7.3%였고, 9월 물가는 1.2%(근원 물가 1.7%)였다.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를 사주는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도 더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옐런의 발언을 환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Fed조차 국가부채의 인질이 된 모양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그 국채를 Fed가 사줘야만 지탱하는 구조다. 그러니 양적완화 축소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셈이다. 더구나 두세 달 뒤면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또다시 미 여야의 격돌이 예고돼 있다. 영국 FT가 내년에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옐런 청문회 이후 당장 주가는 올랐어도 금리나 달러화가 변동이 없는 것을 보면 시장은 오히려 양적완화가 길게 가기 어렵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양상이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양적완화, 제로금리 같은 비상수단을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Fed는 비전통적(unconventional) 수단이라고 포장했지만 엄밀히 말해 비정상적(abnormal) 수단이다. 비정상은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옐런도 피해갈 수 없는 원리다. 우리로서는 더욱 경계의 고삐를 죄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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