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열풍
[ 김보영 기자 ]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돌풍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67주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게임은 ‘롤드컵’ ‘롤폐인’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위축되던 ‘e스포츠’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등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짧은 게임 시간 배분과 영리한 부분 유료화 정책, 효율적 대전 시스템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서비스 1년 만에 게임업계 절대 강자로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이 게임은 10일 전국 PC방의 표본PC를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시간 점유율에서 67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 수치도 41.62%로 2위인 ‘피파온라인3’(9.58%)보다 네 배 이상 높다.
LOL은 2011년 국내에 들어온 직후부터 부침 없이 상승세를 타 왔다. 정식 서비스 시작 시점인 2011년 12월 이전부터 국내 접속자 수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받았으며 출시 3개월 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후 폭 좁은 등락을 거쳐 지난해 7월25일부터 현재까지 67주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 지난 9월7일에는 44%가 넘는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다 보니 LOL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현상’도 생겨났다. 인터넷에서는 “LOL을 하는 중에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정말 사랑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돌고 있다. 한 PC방 점주는 “30~40대 회사원이 술집 대신 PC방을 찾아 LOL을 하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LOL ‘붐’ 덕분에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등장해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저물어가던 e스포츠도 다시 활기를 띠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일산 킨텍스에서 8000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열린 결승전을 포함해 꾸준히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모이고 있다. 6월15일 열린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의 결승전은 유료좌석제였음에도 불구하고 9800여석 전 좌석이 매진됐다.
○단판성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
LOL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 통계에 따르면 세계 LOL 게임 이용자는 7000만명에 달한다. 접속하는 지역도 145개국이나 된다. 매일 게임을 하는 회원 수도 1200만명을 넘어선다.
북미와 중국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 유럽 남미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주된 이유로는 게임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비해 40~50분 정도의 단판성 게임이라는 점이 꼽힌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는 “요즘에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생활이 바빠져 자투리 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LOL은 모바일 시대의 트렌드와 감각이 PC 온라인 게임에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팀제로 진행되는 게임 방식도 e스포츠 흥행 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홍보팀장은 “3~5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편 팀과 맞붙게 되는데, LOL이 온라인게임계의 ‘농구’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팀 단위의 전략을 짜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팀원의 레벨과 팀 조직력을 기반으로 대전 상대를 찾아주는 ‘매치 메이킹’ 시스템도 싱거운 게임 수를 줄여 흥미를 높여 준다.
유료 아이템의 거부감도 줄였다. 게임 캐릭터인 ‘챔피언’을 사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하지만 매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챔피언이 있어 돈을 내지 않고도 써볼 수 있다. 쓰다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유료로 구입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대전을 통해 획득하는 게임 내 화폐인 ‘IP’로 살 수도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이용자를 가장 중심에 둔 경영철학은 공동창업자인 브랜든 벡과 마크 메릴이 설립 당시부터 강조하는 것”이라며 “모든 접점에서 이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들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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