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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 만드는 의원입법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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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 만드는 의원입법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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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규제법안 2800여건
90%가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부작용 등 영향평가 전제돼야"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kim@skku.edu >



법률은 국회가 제정하는 법규범이고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까닭에 ‘법률’이란 결국 ‘국민의 뜻’이 모아진 것으로 보는 게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이다. 이처럼 국민의 뜻인 ‘법률’에 의해 통치되는 정치체제를 ‘법률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라 한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법률제정 권한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개인 간의 지극히 사적인 경제활동을 법률로써 규제하거나, 반대로 그 직무를 태만히 해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을 따지지 않아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률 구조는 국민이 준수해야 할 사항과 그 위반 시 제재(벌)에 관한 규정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법률은 본질적으로 ‘규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복지, 진흥, 보호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 할지라도 그 구체적 내용은 결국 누군가에게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률의 속성이다. 이런 이유에서 법률을 제정할 때에는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관련 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시작된 2012년 5월30일부터 6개월간 2800여건의 규제 신설 및 강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이 중 90%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고 한다.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인데 규제 법안의 대부분을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률안을 제출할 때는 반드시 규제의 타당성 및 부작용에 대한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 정부제출 법률안 처리절차와는 달리 의원입법은 규제 법률안에 대한 전문적 규제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 법안의 대부분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법에는 법률안 발의 후 공청회·청문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니고 상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의 규제심사도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었음에도 이를 직접 제출하지 않고 국회의원에게 넘겨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하는 우회입법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학회의 모니터링 결과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법률안의 절반 이상이 만약 정부의 규제심사를 거쳤다면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됐다. 규제의 유용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규제는 필요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학술적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과잉규제는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사회를 경직시켜 결국 국가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규제가 포함된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해서도 정부제출 법률안 처리 절차와 비슷한 정도의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안에 포함된 규제가 재정부담, 환경, 고용, 공정경쟁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규제영향평가절차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9월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이한구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하지만 제출 후 이 법안의 처리에 대해 정치권은 전혀 관심이 없는 눈치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거는 절차를 스스로 규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낭만적 생각일 수 있다.

국회가 이 법안에 관심을 갖고 조속한 처리를 하도록 하려면 국민들, 특히 관련 분야 학회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뜻을 모으는 길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법률의 원래 의미라 할 수 있는 ‘국민의 뜻’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때다.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kim@skku.edu</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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