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0% 수익 가능"…부동산 강사, 수강생 34명에 40억 투자모집 후 자살
[ 이지훈 기자 ]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면 연간 20~30%의 수익률이 보장됩니다.”
지난해 3월부터 건국대 평생교육원이 주관한 부동산경매아카데미 과정을 듣던 주부 서모씨(45)는 강사 임모씨(41·자문위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서씨는 부실채권 투자 고수인 임씨의 제안에 처음엔 주저했다. 임씨 추천으로 짭짤한 수익을 봤다는 다른 수강생의 말에 결국 가진 돈과 대출금을 합쳐 1억원을 투자했다. 얼굴을 보기 힘들던 임씨가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서씨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유명 강사에서 사기꾼으로 전락
유명 부동산 강사가 투자자의 돈을 챙겨 잠적한 뒤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아 오던 건국대 부설기관의 부동산 강사 임씨가 지난 8일 경기 여주시의 한 모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11일 발표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화장실 문고리에 목을 맨 점 등으로 미뤄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대 평생교육원은 경매전문가 양성을 취지로 부동산경매컨설팅 과정을 개설해 144기 수강생까지 배출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는 아카데미 과정을 열었다. 임씨는 8년 전부터 경매컨설팅 강사로 활동해왔고 NPL 투자 고수로 소문이 났다. 피해자들은 “임씨가 ‘실력이 없으면 왜 건국대가 월급을 주고 채용했겠느냐. 기수별 NPL 공동투자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것’이라며 투자를 권했다”고 전했다.
○40억여원 받아 챙겨 잠적
임씨는 NPL에 투자하면 연 20~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지난 6월부터 10월22일까지 수강생 34명으로부터 40억7700만원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해 사기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임씨는 부동산경매컨설팅 강의 때 알게 된 수강생을 모아 건국대 명칭을 도용한 사설 부동산경매 심화과정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했다. 피해자는 건국대 행정대학원생을 포함해 퇴직자·자영업자·주부 등으로 5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이날 강동서를 찾아 피해 규모가 큰 만큼 피의자 사망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추적 등 수사를 계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건국대를 상대로 민사소송 준비에 나섰다.
이에 대해 건국대 평생교육원 측은 “임씨 등이 학교 측 허락도 없이 건국대 이름을 도용한 사설 심화과정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꼬드겼다”며 “학교의 명성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범죄를 저질러 학교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개인 몰려 어려워진 NPL 투자
NPL 투자는 부실채권 중 부동산을 넘겨받은 뒤 경매에 부쳐 부실채권을 산 가격보다 경매 낙찰가가 높으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최근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고가 낙찰이 늘어나면서 수익 내기가 어려워지는 추세다.
10년간 경매 투자를 해온 경매전문가 정모씨는 “NPL이 아무리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100% 수익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며 “경매 낙찰가가 채권 매입가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전문가라도 원금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투자 전문가는 “고수익의 유혹에는 항상 높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개인투자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 NPL
은행 등 금융사들이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 금융사들은 NPL을 유암코, 우리F&I 등 자산유동화 회사에 파는 방법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 자산유동화 회사들은 주로 공장, 상가 등 담보물이 있는 부실 채권을 사들인 다음 되파는 과정에서 수익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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