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사업주체인 신세계조차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고 한다. 그런 대형마트가 이제는 점포 400여개, 매출 38조원, 고용인력 7만명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유통업태로 발돋움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 행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미국이 150년 걸린 유통혁신을 불과 20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대형마트의 성공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한 데 있다. 생산자 직거래를 통해 복잡한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유통 현대화와 물가 안정을 주도했다. 값싸고, 쾌적하고, 믿을 수 있고, 주차 편리하고, 환급·교환도 쉬운 대형마트는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2011년부터 상생논리와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규제의 칼날이 마구 쏟아지면서 대형마트도 고전하기 시작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족쇄법’에 다름 아니다.
규제론자들은 대형마트로 인해 재래시장, 골목상권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만 찾는 소비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하지만 대형마트 출점·영업규제 1년 반이 지나도록 재래시장이 덕을 봤다는 객관적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재래시장 매출은 감소하고 민간소비만 위축시키고 있을 뿐이다. 재래시장이 소비자에 맞춰야지, 소비자 보고 재래시장에 맞추라는 식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애꿎은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과 농어민, 마트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재래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란 사실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퓰리즘에 함몰된 정치권은 못 들은 척, 못 본 척한다. 효과도 없으면서 부수적 피해만 양산한다. 정치가 유통혁명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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