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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참여재판' 도마위로…"정치성향 좌우" vs "국민상식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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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제도(참여재판)는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참여 제도는 2008년 1월부터 시행됐다.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의 평결에 법적인 구속력은 없었지만 최근 법무부가 배심원 평결에 대해 ‘사실상의 기속력(羈束力·법적 강제력)’을 인정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참여재판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판에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를 반영한다는 긍정적 취지와 배심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선다.

# 형사재판에 일반인이 배심원

국민참여제도(참여재판)는 2007년 6월 공포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2008년 1월부터 시행됐다. 시행 첫해인 2008년 2월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배심원이 참여한 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당 지방법원 관할 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에서 통지한 선정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배심원으로 선정돼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법률에서 정한 여비가 지급된다. 배심원 제도가 적용되는 재판은 살인, 강도상해, 성범죄 등 대부분의 범죄가 해당된다. 이들 사건의 피고인이 원하지 않거나 배제 결정이 있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배심원 수는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9명, 그 밖의 사건은 7명이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사건은 5명이다. 또 법원은 배심원의 결원 등에 대비해 5명 이내의 예비배심원을 둘 수 있다.

# 평결 기속력 인정 입법예고

현재까지 다수결 원칙에 따른 배심원의 유·무죄 판결과 양형(형벌의 정도 또는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일)에 관한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지닐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배심원들이 결정한 평결을 판사가 그대로 따르는 미국의 배심원제도와는 달리 우리나라 참여재판에서는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달리 독자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배심원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때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알리고,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한 이유를 판결문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최근엔 법무부가 배심원 평결에 대해 법적 강제력을 인정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참여재판으로 진행된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안도현 의원(시인)의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사건에서 무죄 평결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논란의 핵심은 배심원의 정치적 성향이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사건까지도 참여재판으로 진행해야 하느냐의 여부다.

# '배심원의 정치성향' 논란

나꼼수와 안도현 의원의 참여재판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건이다. 일반적 사회 범죄와 달리 정치사건의 평결은 배심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법리보다 감성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인종 갈등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흑인인 OJ 심슨이 흑인이 많은 지역을 택하기 위해 ‘법원 관할지 쇼핑’까지 한 끝에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받아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배심원 모집단 전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은 법관의 판단이 더 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적으로 정치 성향의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정치사건을 배심원 평결에 맡기면 법리보다 감성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판결에 반영하는 것이 참여재판의 취지라면 정치적 사건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치적 사건은 판사가 판결을 해도 판사의 정치성향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성에 호소하는 변론 방식도 도마에 오른다. 변론인들이 법리적 쟁점보다 배심원의 감성에 호소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심원의 다수결로 유무죄를 평결하는 방식도 논란거리다. 다만 대법원의 입법 예고안은 배심원 4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에만 평결이 법적 효력(기속력)을 갖도록 다수결 원칙을 강화했다. 기속력이 있는 미국은 배심원들이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면 다시 논의하고 또다시 논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해산 후 배심원단을 재구성한다. 일본과 독일은 배심원의 과반수 평결이 기속력을 갖는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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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중우정치(衆愚政治)일까?

중우정치(衆愚政治·mobocracy)는 고대 그리스 폴리스(도시국가)의 정치를 고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각자의 저서 ‘국가론’, ‘정치학’에서 민주제의 타락한 정치 상황을 꼬집은 표현이다. 플라톤은 중우정치를 다수의 폭민(暴民과)에 의한 정치, 즉 폭민정치로 규정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 빈민의 정치, 즉 빈민정치로 규정했다. 이는 민주제가 상황에 적합한 효과적인 리더십이 결여됐을 때 나타나는 정치 현상이다. 중세·근대에 이르러서도 대중에 의한 정치를 혐오하는 많은 보수적 정치가나 사상가들에 의해 민주제·민주주의를 얕잡아 보는 뜻으로 사용돼 왔다.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핵심은 다수결이다. 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선동가와 군중심리에 의해 다수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 중우정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상호 설득의 과정을 거친 다수결과 소수 의견의 존중, 표현의 자유 등을 통해 대중의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견제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다. 교양이 다소 부족하든, 가난하든 국민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정치가 민주주의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 몇 명이 모여서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이른바 철인정치는 현대적 의미에서 독재의 다른 표현이다. 대중이 덜 깨고, 민주주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중우정치’라는 말이 나온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중우정치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에 휩쓸리고, 지역·학연에 매몰되면 중우정치라는 용어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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