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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2050년 제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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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2050년 제조업 미래를 그려낸 나라가 있다. 지난 2년간 300명에 이르는 국내외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제조업의 장기 비전과 대응전략을 담은 보고서다. 이 나라는 중국도 아니고, 독일 일본 미국도 아니다.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제조업 공동화를 경험했던 나라. 지금은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0%로 쪼그라든 나라. 바로 영국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국가다. 그런 영국이 제조업 주도권을 넘겨주고 부활을 소리 높여 외쳤던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다. 2007년 초 이코노미스트지는 19세기 면직물의 영국이 21세기 금융의 영국으로 세계 중심에 우뚝 섰다고 평가했다. 그것도 잠시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천당과 지옥을 다 맛본 영국이다. 그런 나라가 이제 와서 제조업, 그것도 2050년이란 먼 미래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제조업 다시 보자'는 영국

올 들어 영국 경제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2007년의 재판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겉으로는 회복세이지만 제조업 위축 등 구조적 문제점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영국 경제가 나빠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가 좋아져도 조마조마하는 배경엔 조락해버린 제조업에 대한 미련이 자리하고 있다.

2050 보고서는 제조업이 왜 중요한지로 시작한다. 연구개발투자·혁신·생산성 향상의 선도, 수출 주도, 고숙련 일자리의 창출, 산업연관 효과, 침체 시 경제의 빠른 복원력 등을 제조업 강점으로 내세운다. 과거 제조업 공동화가 시작됐을 때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때보다 제조업에 대한 절절함이 더하다는 느낌이다.

보고서는 특히 제조업의 가치사슬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제조업의 ‘물리적 생산(제조)’의 앞단, 뒷단으로 새로운 수익원들이 끊임없이 창출·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이 보고서는 제조업의 가치사슬이 넓어질수록 ‘물리적 생산’이 그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서비스 가치도 창출해 내는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평가 잣대의 필요성도 강하게 역설한다.

한국 제조업 어디로 가나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왜 무분별한 아웃소싱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수평적 분업 모델의 대명사이던 마이크로소프트, 전 세계를 자신의 천하로 만들려는 구글이 굳이 제조부문을 인수하는 이유도 금방 풀린다. 지식, 아이디어, 특허 등 무형적 가치가 훨씬 커졌다지만 그게 ‘물리적 생산’과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그러나 제조업이 GDP의 27%를 차지한다는 한국 분위기는 영국과는 딴판이다. 제조업을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환경 입지 노동 등 온갖 규제로 제조업체를 해외로 내몰고, 제조업의 한계를 주장하면서 정작 낮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방과 경쟁은 죽자 사자 반대하고, 과학기술·IT 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지 허공에 대고 창조경제만을 외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1~2050년에 0.27%, 2051~2060년에는 0.14%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이미 눈치챈 모양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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