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
[ 전예진 기자 ] “최첨단 정보기술(IT)은 신속히 받아들이면서 성능이 좋은 수입차 인증은 왜 이렇게 더딘가요?”
디젤 하이브리드카 출시가 늦어진 데 따른 한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CEO)의 불만이다. 이 차는 디젤 엔진과 전기모터를 장착해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보다 힘과 연료 효율이 좋다. 작년 세계 최초로 출시된 양산형 디젤 하이브리드카인 푸조 3008 하이브리드4는 유럽 기준 연비 29.4㎞/L, 이산화탄소배출량 88g/㎞다. 경제성과 친환경성 모두 뛰어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2년 가까이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푸조 공식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올초 3008 디젤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려다 내년 3월로 연기했다. 정부의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서다. 국내에 없는 최첨단 안전편의사양이나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3개 부처에서 안전, 연비, 배기가스, 소음 기준 등의 인증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국내에는 디젤 하이브리드 관련 기준이 없어 새로 규정을 만든 뒤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술이더라도 국내 여건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대량 수입 업체에는 자체 인증 후 사후 검증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럽 기업 CEO들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만큼 유럽 기준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치명적인 결함이 없다면 유럽의 인증을 받아들여 재검사 비용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토마스 가이어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은 “유럽과 한국의 도로가 똑같은데 한국에서 팔지 못하는 유럽차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BMW는 내년 5월 전기차 i3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국제표준인 ‘DC 콤보(TYPE1)’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인증해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의 신기술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증 지연으로 외국 차 업체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이어지면 자칫 규제가 많은 나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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