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하도급 기업에 가장 후한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4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85.8%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협력사의 납품 단가를 인상해준다고 응답한 반면 독일 73%, 일본 67%, 미국은 51%만이 단가 인상에 호응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독일 기업의 95%, 미국 일본 기업 88%는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협력사에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의 응답률 41%의 두 배다.
납품대금 지급 기일도 한국 기업은 평균 26.5일로 일본(63일), 미국(48.1일), 독일(40.4일)보다 훨씬 빨랐다. 정치권에서 한국 기업들이 협력사에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부당하게 착취한다고 그토록 떠들어댔지만 산업계의 실태는 달랐던 것이다.
경제민주화법 1호로 상징되는 하도급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이 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대기업이 경영적자를 볼 경우조차 납품대금을 깎을 수 없도록 하는 등 반시장적이다. 시장 가격이 급작스럽게 변동하는 경우에도 단가에 손을 댈 수 없는 구조다. 국내 대기업들이 하청 납품업체를 착취한다는 일종의 선동 속에서 만들어진 법의 실상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납품 업체와의 적절한 계약 관계와는 별도로 과도한 법적 규제까지 받고 있다. 더구나 상호불신 속에서 서로 눈치나 보는 관계로 변하고 말았다는 푸념들이 쌍방에서 모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구조 속에서 밸류체인에 따라 공정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협력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또 소프트웨어 하도급법안까지 발의했다고 한다. 시장의 자유로운 계약 질서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협력의 방법이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결코 이해하려고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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