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R&D 모터쇼 가보니
수입 경쟁차 뜯어 품질 비교…신형 터보엔진 등 신기술 공개
분해 부품은 협력사에 제공도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정문 앞 잔디밭 광장. ‘제10회 현대·기아 R&D모터쇼’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1만3200㎡(4000평) 규모의 공간에 경쟁차 61대와 현대·기아차 29대 등 총 90대가 늘어서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S500L’과 렉서스 ‘LS460’ 등 고급 세단을 전시한 럭셔리 존을 비롯해 그린 존,레저 존 등으로 구성된 행사장에는 카메라와 분석지를 든 현대·기아차 및 협력업체 연구원들로 붐볐다.
김진호 현대차 차량분석팀장은 “우리 회사 차와 수입 경쟁차를 한데 모아 전시해 신차 트렌드와 기술 노하우를 살펴보기 위해 R&D모터쇼를 마련했다”며 “협력사에 차량은 물론 신기술도 공개해 기술 상생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한 현대·기아 R&D모터쇼는 지난 19일까지 계속됐다. 협력사 직원들은 물론 일반시민들도 무료로 관람했다.
김 팀장은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현대차의 절개면을 보고 경쟁차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만난 현대차 협력사인 대흥공업의 한 직원은 “올해 입사한 뒤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며 “폭스바겐 골프와 도요타 아발론 등 주요 신차의 절개 차량을 통해 골격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대차는 관람객들에게 신형 터보 엔진과 운전자 인식 시스템 등 자사의 신기술도 공개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스마트 키를 갖고 3초간 차량 뒤에 서 있으면 경고음과 함께 트렁크가 저절로 열리는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BMW, 포드 등의 ‘킥 센서 트렁크’는 발을 움직여야 열리기 때문에 범퍼 하단에 눈, 연석 등의 장애물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은 아파트, 마트 등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달 출시하는 i40에 이 시스템을 최초 적용한 후 제네시스, 쏘나타 등 전 차종에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R&D모터쇼가 끝난 후 경쟁차 분해 부품을 협력사에 연구개발용으로 나눠줬다. 자동차 섀시 제조업체인 화신의 박병철 기술연구소 설계실장(이사)은 “해외 완성차 부품을 구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들어 부품업체엔 큰 부담”이라며 “현대·기아차에서 신차 부품을 정기적으로 나눠줘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월 1~2대씩 연간 20여대의 경쟁차종을 협력사와 함께 뜯어보고 있다.
화성=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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