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19.98

  • 0.38
  • 0.02%
코스닥

691.99

  • 1.16
  • 0.17%
1/3

[대학평가 Why(하)] 대학서열 깨는 계기… '종합평가→학과평가' 등 세분화 필요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성균관대에 진학하려다 다른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런데 요즘 대학평가 결과를 보면 성균관대 평판이 많이 올라가서 그때 내 선택이 후회된다."

대학 입장에서 대학평가는 '필요악'이다. 무시하자니 신경 쓰이고 평가에 대응하자니 껄끄럽다. 정량지표 위주 평가가 대학을 온전히 평가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요자가 평가를 원하고 있다. 수요자가 발전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 평가의 핵심이다.

15일 대학들에 따르면, 대학평가는 노력한 만큼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인식이나 인지도에 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 발표된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앞지른 게 좋은 사례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고착화된 대학 서열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 평가 방법 상의 보완점은 남아 있다. 현행 종합평가 방식을 학과평가 등 학문분야별 세분화 하는 등의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 평가마다 순위는 제각각…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평가 순위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대학평가 결과가 의미있는 자료이긴 하지만 맹신해선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평가마다 지표가 다르고 차지하는 비중이 제각각이라 순위도 일관성이 떨어진다.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올해 QS(35위)와 THE(44위) 세계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성적을 기록하며 국내 1위에 올랐다. 반면 중앙일보 평가에선 포스텍 KAIST 성균관대 고려대(1~4위)에 이어 연세대와 함께 공동5위에 머물렀다.

민경찬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은 "평가마다 사안별로 적합한 항목을 만들어 적용하고, 정량지표 위주라 '질적 부분'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대학 일선에서도 평가마다 지표나 순위가 달라져 혼란스러워 하는데, 평가 결과가 좋으냐 나쁘냐에 앞서 그 평가가 어떤 성격이며 뭘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대학평가의 핵심 지표인 연구력은 교수들의 국제논문 게재를 평가하는데, 국내 대학들은 대부분 국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게재 여부를 따진다.

이게 문제가 됐다. 수년 전 QS 아시아대학평가에선 국내 대학들의 연구력 순위가 동시에 하락했다. 연구력 자체가 크게 떨어진 게 아니라, 국내에서 통용되는 SCI가 아닌 '스쿠퍼스' 인용을 집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연구력 평가지표 역시 연구력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 '톤 다운'… 서열 깨는 객관적 잣대로 삼는다

'톤 다운'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 다른 지표로 순위를 매기는 개별 대학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교수는 "대학 내부에선 평가 순위를 올리고자 경쟁적으로 준비하던 분위기는 한풀 꺾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다만 평가의 큰 경향성은 의미있고, 순위가 지나치게 내려갈 경우 동문들부터 반발하므로 적절한 지표 관리는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대학평가의 의미는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 인식, 학교 브랜드 같은 주관적 평가에만 의존해 온 대학 서열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다.

올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종합대 1위를 차지한 성균관대 관계자는 "외부에선 성균관대가 SKY를 제친 것을 두고 의외란 반응이 많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간에도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며 "학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 조금씩 치고 올라온 것이지, 별안간 SKY를 앞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가 결과는 대학들 간에 자극제가 됐다. SKY뿐 아니라 입시 시장에서 성균관대와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대학들도 마찬가지. 순위가 발표되자 "성균관대는 SKY를 앞질렀는데 우리는 왜 못 올라가느냐"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 평가기관 권력화 문제… 분야별 평가 실효성

물론 평가 방식의 정교화는 필요하다. 의도했든 아니든 평가기관의 권력화 역시 문제란 주장이다.

서의호 포스텍 평가관리위원장은 "사실 평가 순위가 굉장히 말썽이 많다"며 "QS 평가의 경우 비중이 큰 학계 평판은 동료평가(peer review)로 진행되는데, 서구권 응답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방법상의 맹점과 편파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QS나 THE 평가의 경우 영미권 대학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표가 설계된 측면이 있다"며 "평가기관이 이에 대한 비판을 빠르게 수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들의 종합순위만 나열하는 방식에도 결점이 있다. 평가에선 KAIST나 포스텍처럼 대체로 이공계가 강한 대학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인문계에 강점이 있는 대학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각종 대학평가에서는 종합평가와 별개로 학과평가도 진행하고 있으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학과 경쟁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짙다.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특정 학과나 학문분야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 인정해주는 풍토가 강하다.

이와 관련해 박진배 연세대 교수는 "결국 평가의 방향성 문제"라며 "종합평가도 중요하지만 학문분야별 평가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적절한 분야별 지표를 설정하면 소모적 순위싸움이 아닌 학문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화제] "초당 12만원" 버는 사람들...충격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