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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급한 돈 메우려 마구 찍더니…경제 위협하는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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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CP

CP(기업어음)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웅진, STX 등이 부족한 자금을 CP를 발행해 하루하루 메우며 사태를 키우다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동양그룹을 벼랑 끝으로 내몬 주범도 매일 수십억~수백억원의 상환 요청이 돌아오고 있는 CP다. - 9월28일 한국경제신문

☞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장사를 잘해 모아둔 자금이 있다면 이 돈을 사용하면 된다. 이런 내부자금이 없다면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을 수도 있고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CP(기업어음, Commercial Paper)도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한 수단이다. CP는 기업들이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상거래에 따라 주고받는 어음이 아니라 순전히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된다. 우리나라에선 1981년 처음 선보였다. CP는 그 전까지 고정이율로 발행되던 기업어음과는 달리 기업이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신종 기업어음’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업이 CP를 발행하면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회사가 이를 사들여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에게 되파는 식으로 유통된다. 과거엔 만기 91일(91일물) 또는 60~270일 CP 등 만기 1년 미만의 CP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9년 정부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 발행을 허용하면서 현재 장기 CP도 발행되고 있다.

CP의 신용도는 발행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CP 금리는 낮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CP의 경우 발행 기업이 부도를 내면 투자자금을 떼일 수 있다.

CP는 자본시장법상으론 증권이지만 상법상으로는 약속어음이다. 이런 이중적 성격으로 인해 CP는 유가증권인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발행 시 이사회 결의가 필요 없고, 발행 한도나 발행자격 제한도 없다. 또 지난 5월 이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CP를 발행해도 이를 알릴 의무(공시의무)도 없었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했던 것이다.

반면 기업들로선 팔리기만 한다면 별 제한 없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증권을 발행하면 여러 곳에서 감시와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CP를 발행하면 이런 간섭을 피할 수 있다. 이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P가 대거 발행된 배경이다. CP 발행 잔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올 들어선 150조원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03년 말(15조8000억원)의 9배, 2008년 말(89조6000억원)의 1.7배다.

물론 CP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 자금 유출입이 많은 신세계 등 유통회사들은 일시적으로 결제대금이 필요할 때 싼 금리로 발행해 유용하게 활용한다. 문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으며, 감독당국도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구 노력 대신 CP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CP 발행 등을 통해 연명해오다가 결국 계열사 5곳의 법정관리행을 선택했다. 동양그룹의 은행 대출은 6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CP 발행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LIG그룹도 LIG건설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2010년 말부터 이듬해 3월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2151억원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최고경영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CP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발행기업이 부도나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가능성이 크다. 동양그룹에서 보듯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시중금리의 두 배인 연 7% 이자로 유혹하면 넘어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4560억원 규모의 CP를 산 개인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렇게 CP 시장이 커지고 문제가 많은 데도 금융감독당국은 뒷짐을 져왔다.

게다가 CP에서 파생한 신종 금융상품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바로 그것이다.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기업어음(CP)을 결합한 파생증권이다. 건물 지을 땅과 매출채권, 리스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만기가 짧은 CP 형태의 어음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P 만기 제한(1년 미만)이 없어지면서 ABCP 발행잔액은 일반 CP를 압도하고 있다. 정원현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적극적인 감시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으로 꼽힌다. 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데 금융감독은 뒤따라가지 못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CP 사태’는 건전한 금융감독이 나라경제의 건전성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30개 美 간판기업의 주가를 평균해 산출한 지수

다우지수 개편

HP가 정보기술(IT) 대표 주자라는 지위를 잃을 위기에 몰렸다. AP통신 등은 HP와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3개 회사가 20일 다우지수에서 빠지고 비자, 골드만삭스, 나이키 등 3개 회사가 새로 포함된다고 10일 보도했다. - 9월11일 연합뉴스

☞ 다우지수는 나스닥, S&P500지수와 함께 뉴욕증권시장(NYSE)의 3대 지수다. 정식 이름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다. 미국 맥그로힐 자회사인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즈(S&P Dow Jones Indices)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을 대상으로 해 산출한다. 1884년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장인 찰스 다우(Charles H Dow)가 창안했으며 1896년 10월7일부터 매일 공표되고 있다. ‘DJIA’ 또는 ‘Dow’라고도 부른다. 다우지수 산출 대상이 되는 상장회사 종목 수(다우지수 편입종목 수)는 1896년 12개였으나 1916년 20개, 1928년 30개로 확대된 뒤 현재까지 30개가 이어지고 있다.

편입종목은 다우존스사가 산업, 기업 순위 변화 등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교체한다. 지난 9월 교체에는 HP와 알코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빠지고 비자, 골드만삭스, 나이키 등 3개 회사가 새로 포함됐다. 미국 경제에서 HP 등의 위상이 낮아진 반면 비자 등의 위상은 올라갔다는 뜻이다. 30개 편입종목에는 3M, 듀폰, 머크, 엑슨모빌,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GE, 화이자, AT&T, P&G, 홈데포, 보잉, 인텔, 캐터필러, IBM,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셰브론, 존슨&존슨, 버라이존, 시스코시스템즈, JP모건 체이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월트 디즈니, 트래블러스 컴퍼니,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등이 포함된다.이번 종목 변경은 뉴욕증시의 간판 종목들이 대거 교체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우지수를 대표했던 대형 기업을 3개씩이나 동시에 교체한 2004년 4월 이후 9년반 만이다.

한국의 코스피지수 등 대부분의 주가지수는 ‘시가총액 가중치’ 방식으로 산출된다. 상장된 전 종목의 시가총액(주가×발행주식수)을 구해 기준시점(코스피지수의 경우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구해진다. 이에 비해 다우지수는 30개 대표 종목만을 대상으로 단순 주가 평균만으로 지수를 구한다. 그래서 다우지수는 세계 증시를 이끄는 간판 지수인데도 그동안 △표본종목의 수가 적어 시장 전체의 동향을 대변할 수 없으며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지수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증시는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다우지수 개편이 미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및 소비재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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