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곳이 바로 시미엔 국립공원이다. 1925년 이곳을 여행했던 영국인 여행가 로시타 포브스는 먼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이 이 거대한 바위탑들로 체스 놀이를 했을 거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이 산을 오르면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야생동물들. 위험에서 나를 지켜주기 위해 그 무겁고 커다란 총을 어깨에 걸치고 곁을 맴돌던 경호원.
나에게 시미엔산은 세상을 여는 눈을 보게 한 곳이다. 지금도 가끔씩 사진을 보며 꿈을 꾼다. 정말 내가 저곳에 있었던 걸까? 안개 가득한 산속에서, 추위에 떨며 바라보던 협곡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수없이 되뇌었다.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잊을 수가 없겠지. 그냥 그대로 그날의 감동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시미엔산을 떠나오던 날, 배웅하기 위해 마을 아이들이 나왔다. 이별은 언제나 싸하다.
오랫동안 내 뒷모습을 바라봐준 아이들….
나도, 너희들도 서로 잊지 않는,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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