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모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사이트인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의 세제나 금융 지원을 통한 전방위적인 군불때기 효과, 전세난, 가을 이사철 수요 등이 겹친 결과다.
매매시장 온기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KB부동산 알리지가 최근 조사한 각종 전망지수나 현장 지표들은 점차 나아지는 모양새다. 10월부터 연 1%대 초저금리의 대출상품인 ‘공유형 모기지’가 출시되고, 취득세 영구 인하 관련 법안이 적어도 연내까지는 통과된다면 시장 분위기가 갑자스레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군불때기는 연말에 거의 마무리돼 내년 이후에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저울질에 따른 시중금리 움직임의 불확실성도 주택시장의 복병이다. ‘부동산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물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크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인구구조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본격적인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집 장만에 나설 때는 특별히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요즘 주택 매수자 중에는 전세난 후유증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소형 아파트를 찾는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는 그간의 가격 하락폭이 미미해 반등하더라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큰 집으로 옮겨 타기를 하는 경우 고점보다 40~50% 하락한 중대형 아파트를 고르는 게 무난하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규모 간 가격 차이가 많이 줄었다. 다만 중대형 아파트는 가구원이 줄어든 데다 관리비 부담으로 실속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집을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인생 최대의 쇼핑 행위다. 한번 사면 적어도 2~3년은 보유해야 하는 중장기 상품이다. 집값이 갑자기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잔 파도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요즘 시대에 집을 산다는 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기회는 또 온다. 지금 꼭 집을 사야겠다면 어떻게 해서든 싸게 사야 한다. 매입가를 낮추는 것은 저성장 시대의 기본 철칙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박원갑 < 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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