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은 오히려 국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에버하르트 판데르란 암스테르담 시장은 지난 2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네덜란드병’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네덜란드 양국 수도 간 교류협력 강화와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 중이다.
그는 “300개의 직항로를 가진 네덜란드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요충지이자 수출 중심 국가였지만 네덜란드병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했다”며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병이란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국가 경제에 해가 됐던 네덜란드의 경험에서 나온 용어로 현재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겪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한 이래 막대한 자원 수출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한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됐다. 천연가스 수출로 외화 유입이 급증하면서 화폐가 과도하게 평가절상돼 제조업 부문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판데르란 시장은 “수출 중심의 네덜란드 경제에서 제조업 수출이 부진을 겪으면서 1980년대 초엔 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국가 경제가 다시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네덜란드 정부가 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복지에 쏟아부으며 국민들의 노동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물가가 뛰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판데르란 시장은 “네덜란드는 복지제도 개혁, 재정적자 감축과 더불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노력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 중심 국가로 체질을 개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네덜란드의 투자환경에 대해 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조세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알맞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암스테르담에는 음식과 화훼단지, 디자인 산업 등 7개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적극 투자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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