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빚쟁이'들 만날 생각에 미소가…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자식은 큰 도둑, 며느리와 사위는 작은 도둑, 손주는 좀도둑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추석이 빨라 이 ‘도둑 일당’을 좀 더 일찍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부모가 며느리를 딸이라고 착각하고, 사위를 아들이라고 믿고, 며느리의 남편을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참 섭섭한 이야기인데도 아들딸 사위 손주녀석 볼 생각에 흐뭇해지는 걸 보면 자식 앞에서 부모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한때 나는 못난 아비였다. 딸아이가 대학시험에 떨어지길 바랐다. 생활이 힘들다 보니 등록금 내줄 자신이 없었다. 심지어 부산에 있는 아이가 서울로 올라와 학교에 다니겠다며 면접을 보러 왔을 때 딸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서울 싸구려 여관방에서 지내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응원이 필요했을 자식을 마음으로 밀어내야 했던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저리다.
자식은 힘들 때 부모를 찾는다. 하지만 부모가 힘이 되어주지 못하면 부모는 죄인이 된다. 더 좋은 것 먹이지 못하고, 더 좋은 것 입히지 못하고, 더 좋은 것 해주지 못한 죄로 평생을 자식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빚진 마음으로 자식 말이라면 죽은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거짓을 얘기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거짓을 얘기하지 않는다. 단 부모님의 유일한 거짓말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너희 몸 걱정이나 해라’ ‘나는 괜찮다, 연락 자주 안 해도 된다’ ‘나는 괜찮다, 차 막히는데 내려오지 마라’ 등등. 하지만 나날이 약봉지는 쌓여가고, 자식 전화일까 하루에도 몇 번을 전화기 주위를 맴돌고, 자식들 왔을까 대문 앞을 서성이는 분이 부모인 것을.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부모에게 전생의 은혜를 갚으러 온 자식과 빚진 것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다더니 부모는 자식에게 평생 빚쟁이로 살아가야 할 운명인 것 같다. 사실인 것이 도대체 전생에 얼마나 큰 빚을 졌길래 20년 이상을 공짜로 먹이고 재우고 하는 건지. 이런 관계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나 역시 내일이면 뿔뿔이 떨어져 있던 가족과 자식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빚을 받으러 오든 은혜를 갚으러 오든 어떠리. 기업의 경영자가 아닌 그냥 아빠, 그냥 장인, 그냥 할아버지로 봐주는 아들딸 사위 손주를 만나니 참으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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