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터키 이스탄불의 미마르시난 예술대학 극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500석 규모 극장에 1000명이 몰려들어 객석 통로와 극장 바닥, 무대와 단상 위까지 점령했다.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행사 가운데 ‘터키-한국 영화주간’의 하나로 열린 이벤트다. 현지 취재진뿐 아니라 관객들도 앞다퉈 김 감독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김 감독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지 몰랐다”며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터키처럼 열렬한 환호는 처음”이라고 말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김 감독의 이스탄불 방문은 1882년 개교한 터키 국립대 미마르시난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뤄졌다. 유명 화가인 이 학교 얄츤 가라야으즈 총장은 “김 감독의 광팬으로 그의 메타포를 좋아한다”며 “이스탄불-경주엑스포가 확정된 2011년부터 한국 측에 김 감독 초청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일 이스탄불 제말레싯레이 콘서트홀에서 열린 터키-한국 영화주간 개막식에는 김기덕 이준익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과 강수연 박중훈 한가인 등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터키를 대표하는 누리 빌제 세일란,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201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세일란 감독은 “오랜 인연이 있는 터키와 한국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욱 친밀해지는 것 같아 벅차다”며 “김기덕 감독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번 뫼비우스의 사전 심의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양국 영화 교류의 첫 단추를 낀 것”이라며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영화 연구와 기술협력 등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기 바란다”고 답했다.
오는 19일까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터키-한국 영화주간에는 김 감독의 ‘피에타’ ‘시간’ ‘빈집’ ‘사마리아’를 포함해 ‘광해, 왕이 된 남자’ ‘건축학개론’ ‘도둑들’ ‘러브픽션’ ‘라디오스타’ ‘왕의 남자’ 등 10편이 상영된다. 세일란 감독의 ‘옛날 옛적 아나톨리아에’와 카플라노글루 감독의 ‘알’ 등 터키 영화 10편도 상영된다. 터키에서 한국 영화는 드라마, K팝처럼 폭발적 인기는 아니지만 마니아층의 극찬을 받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스탄불=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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