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대비 몸만들기
▶마켓인사이트 9월11일 오후 3시10분
국내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를 합치거나 쪼개는 ‘리모델링’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기업 경제력 집중 현상에 대한 견제 움직임마저 일어나자 그동안 추진했던 ‘확장 경영’을 접고 내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할·합병은 결국 인력 조정 및 사업 재편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나온다.
쪼개고 붙이고…‘메스’ 든 대기업들
11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 상장사들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공시한 합병 건수는 모두 100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62건)보다 61.2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회사를 분할한 사례도 지난해 21건에서 26건으로 증가했다. 계열사를 쪼갠 뒤 다른 계열사와 합치는 ‘분할 후 합병’ 건수는 지난해 전무했으나 올 들어선 9건이나 나왔다.
그룹별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운 곳들이 활발했다. CJ그룹은 올 들어 △물류(CJ대한통운+CJ GLS) △광고(메조미디어+크레아랩) △영화(CJ CGV+프리머스시네마) △방송(CJ헬로비전아라방송+한국케이블TV나라방송) △콘텐츠(CJ E&M+오리온시네마+온게임+바둑TV+KMTV+인터내셔널미디어지니어스) 등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합치고, 좋은콘서트를 청산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수를 10개가량 줄였다.
SK그룹은 SK브로드밴드와 브로드밴드미디어를 합치는 등 4개사를 다른 계열사와 합병했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매각했다. 포스코는 작년 7월 7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만인 올 7월 51개로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롯데는 롯데호텔이 롯데제주리조트와 롯데부여리조트를 끌어안고, 롯데제과가 기린식품을 품는 등 ‘계열사 합치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에선 제일모직이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 사업을 벌이는 개미플러스유통을 합병했고, 교육업체인 크레듀가 세리CEO와 한몸이 됐다. LG도 활발한 통합·분할 작업을 벌였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브이이엔에스와 합병했고, HS애드는 엘베스트의 광고 사업 부문을 떠안았다. LG생활건강 산하 해태제과와 더페이스샵은 각각 다이아몬드샘물 및 바이올렛드림과 합쳤다.
본격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나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계열사 리모델링에 나선 배경으로 ‘불황 장기화’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꼽고 있다. 국내외 여건이 확장 경영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자 이참에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의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한 결과가 합병·분할 건수 증가로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다양한 사업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을 감안해 미리 ‘몸 만들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앞다퉈 신사업에 뛰어들고 M&A에도 나섰다”며 “불황기에 접어들자 확장기 때 쌓였던 내부 비효율 제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 현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계열사 수가 많을수록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이란 비난을 받고 있어서다. 올 들어 ‘일감 몰아주기 과세’까지 시행되자 내부 거래가 많은 계열사를 합치려는 그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계열사 분할·합병이 심화되면 결국 인력 구조조정 및 사업부 매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딜비즈니스4본부장(전무)은 “경기가 나쁠 때 합병하는 건 덩치를 키우려는 목적보다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측면이 크며, 비주력 사업부를 분할하는 건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 전 단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할·합병에 나선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은 공통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우량 상장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끌어안을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오상헌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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