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 세력다툼 심각 "한노총 조합원 고용했다"
250여명 기물파손 등 방해…불안한 근로자들 작업중단
지난달 30일 오전 8시 충남 서산 대산유화단지 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 신축 현장. 플랜트 보일러·배관 공사를 맡은 성도이엔씨 현장에 민주노총 전국건설플랜트노동조합 충남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들이닥쳤다. 이경국 성도이엔씨 현대오일뱅크 현장소장이 “왜 그러냐”고 묻자 조합원들은 이 소장과 현장 관리자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시간가량 이 소장을 끌고 다니며 폭행하고, 컨테이너 사무실의 PC와 복사기 등을 부쉈다. 이 소장은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지난 9일 퇴원했다.
○“민주노총 세확장 시도가 발단”
11일 대산유화단지 성도이엔씨 현장사무실에서 만난 이 소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시위 이유는 임금 협약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한국노총이 교섭권을 갖고 있는 성도이엔씨 사업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을 늘려 세력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민주노총 전국건설플랜트노동조합 울산지부가 울산 동서석유화학과 동부 등의 공장에서 국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을 폭행해 주동자가 실형을 받았다. 장소만 대산유화단지로 바뀌었을 뿐 노조 간 세력 다툼으로 폭행과 조업 중단 사태가 재발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배관공은 “임금 협상도 다 됐고 열심히 일해 돈 벌어야 하는데 노조가 조직 입장만 내서워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어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전했다.
성도이엔씨 현장은 사건이 있던 지난달 30일 이후 겁을 먹은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지난 2일까지 4일간 작업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근무 중단과 집기 파손 등으로 3억8000만원가량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6월부터 내년 10월까지 공사하고 받기로 한 102억원의 4%가량이 4일 만에 날아간 셈이다.
○유화단지 조성공사 차질 빚나
건설플랜트노조 충남지부 조합원의 난동은 현대오일뱅크 공사현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성도이엔씨에 따르면 이들은 이 회사의 다른 사업장인 KCC 현장으로 이동해 위협을 계속했다. 결국 회사 측이 근로기준법상 회사가 근로자에게 노조를 선택하라고 할 수 없음에도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민주노총에 가입시키겠다고 약속해 상황이 진정됐고, 이 회사 한국노총 조합원 24명은 지난 9일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 소장은 “한국노총 등 다른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더라도 사업장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많아지면 교섭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나 근로자에 대한 협박, 출근 저지, 태업 등이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현대오일뱅크 협력업체 정진공영 현장에 25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몰려가 “비노조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하며 당일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대산유화단지는 현대오일뱅크, LG화학 등이 2015년 본격 가동을 위해 석유화학단지를 조성 중으로 성도이엔씨 같은 협력업체 28개 3000여명이 작업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지난달 1일 노동조합 측과 임금협약 잠정합의서를 체결했고, 보령고용노동지청으로부터 합법적인 협약 체결로 본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불법 쟁의를 지속, 공사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8개 업체 대표들은 7건의 출근방해 및 노조 가입 강요, 5건의 근로제공 거부 및 작업 방해 등으로 지난달 12일 서산경찰서에 민주노총 충남지부 지부장 등을 고소한 데 이어 성도이엔씨 사건 등으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협력업체 유한기술의 서진철 차장은 “지난 7일 충남지부가 새 임원진을 선출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임호범/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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