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증권회사들의 수익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종합자산관리업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죠. 또 해외 진출을 성장동력 삼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단일 증권사 최장수 전문경영인(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53·사진)가 제시한 불황 극복의 해법이다. 유 사장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열린 취업설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발전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한국의 증권회사가 세계 1위의 투자은행(IB)이 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국을 발전모델로 삼고 있는 이머징(신흥국)에는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머징 국가에는 글로벌 1,2위 플레이어가 들어와 있지 않고 우리 정도 규모면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신흥국들은 한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 한국의 IB들이 혜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이 말하는 IB는 흔히 얘기하는 기업금융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금중개 역할을 하는 증권업 자체다.
유 사장은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베이징 등에 설립돼 있는 현지법인들을 각 나라에서 수위권의 회사로 만들어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한국투자증권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IB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순이익 업계 1위를 달성한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아시아 톱5 IB 진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 사장은 현재 증권업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증권업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이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입니다. IB가 더 타격을 받았지요. 증권은 IB 밸류체인상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공급자를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자본시장도 존재할 것이고, 자본시장이 있는 한 증권업도 더불어 커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불황도 일시적인 것이라 믿고 있다. 앞으로 불황이 5~10년 이어질 것이라면 한국투자증권도 올 하반기에 100명의 신입직원을 뽑을 리 없다는 설명이다.
"2008년 같은 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증권의 위상은 절대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증권회사가 잘 돼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가 예전처럼 고성장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경제성장률 3~4%의 안정 성장기에 진입했고, 이제 잘 살려면 부를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벌어놓은 돈이 꽤 됩니다. 가계 금융자산이 2000조에 이르죠. 새로운 돈이 없으면 가지고 돈을 불려야 합니다. 다양한 수익상품은 증권회사가 만들고, 모여진 돈은 운용사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굴리죠. 한국이 잘 되려면 증권회사가 잘 돼야 합니다."
그는 과도한 규제가 증권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아쉬움도 피력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입니다. 영미법은 네거티브 시스템, 한국말로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죠. 이는 '하지 마라'는 조항을 빼고는 다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 일본 한국 등의 금융법체계는 포지티브 시스템, 열거주의입니다. '해도 된다'를 빼고는 다 규제하는 것입니다. 창의성이 중요한 금융에서는 포지티브 시스템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상호 사장은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돼 업계 최연소 CEO 타이틀을 달았다.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7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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